
지난 2012년 스웨덴 예테보리 인근 링할스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웨덴 의회는 21일(현지시간) 신규 원전 건설 자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스웨덴 정부는 5000㎿(메가와트) 규모의 원전 4기 또는 동일한 규모의 소형모듈형원자로(SMR)를 건설해 2035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스웨덴 원전계획위원회는 신규 원전 건설에 약 380억 달러(약 52조원)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에바 부슈 스웨덴 에너지부 장관 겸 부총리. AFP=연합뉴스
스웨덴의 탈원전 역사는 40년이 넘는다.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듬해 국민투표로 원전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했다. 이후 법으로 10기 이상의 원전을 짓지 못 하게 했다. 현재 가동 중인 6기의 원자로는 모두 1970~80년대 건설됐다. 스웨덴은 화석연료 발전도 거의 하지 않는다. 전체 발전량 중 수력(약 40%)이 가장 크고, 원자력(30%), 풍력(20%)이 뒤를 잇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후 현실화한 에너지 수급 불안은 스웨덴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2022년 집권한 우파 연립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규 원전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20년 동안 스웨덴의 전력 수요가 두 배 급증할 것에 대비해 같은 기간 원전 10기를 새로 짓겠다는 구상이었다.
신재생 대신 탈화석…"원자력도 친환경"

김영옥 기자
원전을 운영한 적이 없었던 크로아티아도 SMR 도입에 나섰다. 안테 수신야르 크로아티아 경제부 장관은 이날 현지 방송에 “올여름까지 의회 승인을 위한 법적 틀을 만들고 원자로 건설 프로젝트를 감독할 기관 설립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벨기에 리에주 지역에 있는 티앙주 원전의 모습. AFP=연합뉴스
탈원전의 선두주자 독일도 원전 재가동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9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새 정부가 EU 차원에서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하려는 프랑스의 움직임을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간 메르츠 총리는 전임 총리들이 추진해 온 탈원전 정책을 두고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가로막았다”고 비판하며 SMR과 핵융합 기술 등에 투자할 뜻을 밝혀왔다.
민간 투자 고심…"미래 불확실"

지난 2023년 4월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마지막 3기의 원자력 발전소 폐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치적 리스크도 있다. 신규 원전 건설 지원법 표결에서 전원 반대표를 던진 스웨덴 야당 연합은 원전 건설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에 당장은 신재생 에너지로 전력 수요를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정책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로이터는 “이번 법안은 원전 증설에 큰 진전이지만 미래는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유럽의 원전 확대 움직임은 한국에도 기회다. 최종 계약을 앞둔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례에서 보듯 한국의 원전 역량은 유럽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전 세계에서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미국·프랑스·러시아·중국 정도”라며 “미국과 프랑스는 비싸고 러시아와 중국은 안전성 우려가 있어 한국이 파고들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정부 정책의 연속성이다.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 때도 수출은 막지 않았지만, 탈원전 기조로 원전 생태계가 많이 훼손됐다”며 “차기 정부는 안정적인 원전 생태계 구축과 기술 개발로 원전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