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간사. 뉴스1
헌법재판소의 숙원인 ‘헌법연구관 정년연장 법안’과 변호사 자격이 없어도 대법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대법관 자격 완화 법안’이 23일 더불어민주당에서 나란히 발의됐다. 정치권에선 “대법원의 힘은 축소하고 헌법재판소의 힘은 키우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헌법연구관의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헌재에서 헌법연구관은 헌법재판관을 보좌하면서 재판 조사·연구를 담당한다. 판사·검사와 동급인 공무원으로 정원은 68명이다.
헌법연구관 정년 연장은 헌재가 염원해온 일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이끈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도 지난해 연말 신년사에서 “헌법연구관의 정년을 법관이나 교수의 정년만큼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헌법재판 지연을 해소하려면 유능한 헌법연구관들이 오래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일각에선 이번 개정안이 ‘4심제 도입’을 위한 헌재 보강 장치란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14일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대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새로 포함하는 헌재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만약 실제 법 개정이 이뤄지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그 3심 판결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헌재에서 한 번 더 판단 받을 수 있게 된다. 사실상 ‘4심제’로 바뀌는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만약 대법원 판결이 헌법소원 대상에 새로이 포함되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질 수 있다”며 “헌법연구관 정년 연장을 통해 헌재 인력을 미리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의원은 같은 날 변호사 자격이 없어도 대법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개정안은 대법관의 수를 기존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고, 대법관 임용자격에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을 추가했다. 현행법은 대법관의 자격을 ▶판사·검사·변호사 ▶변호사 출신 공공기관 내 법률 담당자 ▶변호사 출신 법학 계열 교수 가운데 각각 20년 이상 일한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다. 〈중앙일보 23일자 1면 참조〉
두 개정안은 박 의원이 준비한 ‘사법부 대개조’ 2종 세트란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대법원 구성은 다원화하고, 그간 대법원에 비해 영향력이 약했던 헌재에 힘을 실어 법조 카르텔을 해체하겠단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