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건진법사 전성배(64)씨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김건희 여사 선물용으로 받은 샤넬 가방을 김 여사 수행비서가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면서 자신의 신용카드로 차액을 결제한 정황을 파악했다. 또 교환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 출신 정치권 인사가 동행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 박건욱)는 최근 압수수색한 샤넬코리아에서 확보한 구매 내역 등을 토대로 유모 전 대통령실 제2부속실 행정관이 샤넬 가방을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면서 개인 카드로 85만원을 추가 결제한 정황을 확보했다. 해당 가방은 윤모(48)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전씨에게 김 여사 선물용으로 건넨 두 개 중 하나다. 검찰은 유 전 행정관이 지난해 4월 해당 가방을 웃돈을 주고 교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같은 해 7월 유 전 행정관은 나머지 가방 한 개도 추가금 200만원가량을 현금으로 지불하고 다른 제품들로 교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윤 전 본부장이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가방을 전달하려 한 과정에 유 전 행정관이 연루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전씨와 유 전 행정관은 샤넬 가방을 두 차례 주고 받은 것은 인정했지만, 김 여사에겐 전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전씨는 지난 17일 조사에서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기 위해 유 전 행정관에게 제품 교환하라고 시켰다. 교환한 제품은 잃어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유 전 행정관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전씨의 심부름을 했을 뿐, 김 여사와 관련 없다”고 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하지만 검찰은 이들이 김 여사와의 관련성을 부정하기 위해 사전에 진술을 맞췄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민간인인 전씨가 대통령실에서 근무 중인 유 전 행정관에게 지시하는 것이 논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씨는 웃돈에 대해 “내가 준 것”이라고 주장했고, 유 전 행정관 역시 “교환할 때 차액을 전씨가 현금으로 보전해줬다”고 했지만, 검찰은 두 사람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웃돈의 출처와 관련해 유 전 행정관이 당시 근무했던 코바나컨텐츠에 비용 처리를 한 것은 아닌지도 살피고 있다. 코바나컨텐츠는 김 여사가 운영하던 회사다.
이와 함께 검찰은 유 전 행정관으로부터 “2차례 제품을 교환할 때 정치권 인사 A씨와 동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다. 유 전 행정관은 “친분이 있어 두 번 다 함께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검찰은 샤넬 매장에 윤 전 대통령 측 인사가 동행한 점에 주목해, 단순히 전씨와 유 전 행정관 간의 사적인 심부름으로 보긴 어렵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전씨와 유 전 행정관에 대한 추가 조사를 비롯해 샤넬 제품 교환에 동행한 A씨의 소환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통일교 청탁 논란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전직 대통령실 행정관 2명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