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환풍구에 낀 천연기념물…10년간 울산서 구조된 8000마리 사연

울산 태화강 삼호섬 하중도에서 구조 독수리를 야생으로 돌려보는 모습. 사진은 한쪽 눈이 안보이는 방사 직전의 독수리.뉴스1

울산 태화강 삼호섬 하중도에서 구조 독수리를 야생으로 돌려보는 모습. 사진은 한쪽 눈이 안보이는 방사 직전의 독수리.뉴스1

기업과 공장이 밀집한 울산에서 지난 10년간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와 멸종위기종 독수리를 포함해 8000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구조됐다. 산업시설 사이로 다양한 야생동물이 출몰하는 모습이 확인되면서, 도심과 자연이 맞닿은 공간에서 생태 보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5일 울산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야생동물 구조 실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울산에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총 213종, 8283마리의 야생동물이 구조됐다.

건물·전선과 충돌 다수 

울산 야생동물 구조 실태 분석. 자료 울산야생동물구조센터 측

울산 야생동물 구조 실태 분석. 자료 울산야생동물구조센터 측

구조 야생동물 중 가장 많은 건 조류로, 모두 6420마리가 발견됐다. 이 중 집비둘기가 1010마리로 가장 많았고, 까치(530마리), 멧비둘기(402마리), 직박구리(365마리) 등이 뒤를 이었다. 조류는 전선이나 건물(유리창 등) 충돌이 2247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포유류도 1817마리(전체 구조 동물의 21.9%)가 나타났다. 고라니가 1034마리로 가장 많았다. 너구리(427마리), 족제비(82마리), 노루(74마리), 박쥐(58마리) 등이 다음 순이었다. 포유류는 차량과의 충돌 사고가 668건으로 흔했고, 어미를 잃은 새끼가 203건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46마리의 파충류도 구조됐다. 남생이·누룩뱀·살모사·능구렁이 등이 포함됐으며, 대부분 민가에 침입했거나 덫에 걸린 채 발견됐다. 야생동물 구조 활동은 5월부터 7월까지 가장 활발하다. 많은 야생동물이 번식하고 새끼 활동이 늘어나는 시기라고 한다.

한쪽 눈 잃은 독수리, 다시 야생으로 

울산 야생동물 구조 실태 분석. 자료 울산야생동물구조센터 측

울산 야생동물 구조 실태 분석. 자료 울산야생동물구조센터 측

구조 과정의 특별한 사연도 있다. 지난 3월 오른쪽 눈에 상처를 입은 독수리가 구조돼 석 달간 치료 후 한쪽 시력을 잃은 채 자연으로 돌아갔다. 독수리에는 위치추적기가 부착돼 시력을 잃은 상태에서도 야생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 관찰 중이다. 


지난해 7월에는 북구 염포동 주택 환풍구에서 새끼 하늘다람쥐가 발견돼 보호와 치료 후 야생으로 복귀했다. 지난 3월에는 울산지역 고속도로 인근 물탱크 아래에서 어미 없이 발견된 삵이 인공포유와 사냥 훈련을 거쳐 야생으로 돌아가 눈길을 끌었다.

"야생동물 주의 표지 확대해야" 

김희종 울산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장은 "도심 내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건물의 투명 유리에 조류 충돌 방지 장치를 설치하고, 자동차와 충돌을 줄이기 위한 야생동물 주의 표지 확대가 필요하다"며 "이외에도 생태통로 확보, 밀렵 방지를 위한 주민 대상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개소한 울산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는 울산 지역 야생동물 전문병원으로, 재활훈련장과 의료 장비, 구조 차량 등 전문 시설을 갖추고 있다. 도심과 자연 사이 갈등을 조율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