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과 윤호중 선대위총괄본부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6일 논란을 불렀던 대법관 자격을 완화하고 정원을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 2건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해당 법안들에 “당내 자중”을 지시한 지 이틀만이다.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박범계 의원이 제출한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법안과 장경태 의원이 제출한 대법관 100명 확대 법안(지난 8일 발의)을 철회하기로 결정하고, 해당 의원들에게 지시했다”고 알렸다.
이 후보는 이날 수원 아주대학교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사안은 선대위에서 결정한 것이지 내가 지시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이 후보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게 당 선대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1일 대법원이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민주당 법제사법위원들은 대법관을 30명(지난 2일 김용민안), 100명(지난 8일 장경태안)으로 늘리자는 법안을 앞다퉈 내놨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박 의원이 지난 23일 대법관 정원을 30명으로 하고, 이중 최대 3분의1(10명)을 변호사 자격이 없는 비법조인으로 채우겠다는 법안을 제출하자 당내에선 “사법부 손보기 법안의 결정판”(민주당 재선 의원)이라는 말이 나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전국의 판사 대표들은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해 논의한다. 뉴스1
그러자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대한변협)는 우려가 분출했고, 국민의힘에선 “김어준·유시민 씨를 대법관 시키려는 법”(한동훈 전 대표)이라는 비판이 줄이었다. 당내에서도 “사법부라는 벌집을 굳이 들쑤시지 말자”(민주당 3선 의원)는 목소리가 커졌다.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막판 여론전이 네거티브 양상으로 흘러가는 와중에 사법부 압박 논란을 더 키우다간 자칫 보수층 결집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는 이날 법안 철회를 보수 단일화 등 남은 선거 변수를 고려한 ‘사법부와의 조건부 휴전’으로 해석하는 기류가 짙다. 법안 철회 결정은 이날 오전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시작 직전 나왔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철회 결정을 알리면서 “법원이 스스로 논의해서 결론을 내는 것”이라며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민주당의 구체적 액션에 대한 계획은 따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관회의는 대선 뒤 속행을 전제로 특별한 입장 표명 없이 마무리됐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월드컵로 아주대학교에서 열린 ‘아주대와 함께하는 대학생 간담회’를 마친 뒤 학교를 떠나며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민주당이 집권 후 사법부에 칼을 댈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윤호중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이것(사법개혁안)을 추진하고 안 하고를 모두 다 결론 내릴 수는 없다”며 “(현재) 인구에 회자돼 제대로 그 뜻이 전달되기 어려운 방안에 대해서 철회한다”고 밝혔다.민주당이 두 건의 법안을 철회함에 따라 법사위에는 대법관 증원법안 중엔 ‘김용민안’만 남게 됐다. 그 밖에도 법사위에는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특별검사법안(조희대 특검법)과 그 특검에 무기를 쥐어주는 법왜곡죄 도입 법안, 법원의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가능하게 해 사실상 4심제 구조를 만드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등 사법부 압박용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