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면 다 되는 트럼프…탈세범 母, 만찬서 14억 내자 사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00만 달러(약 14억원)짜리 기금 모금 만찬에 참석한 여성의 탈세범 아들을 만찬 후 사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통령이 사면권을 돈 받고 거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던 폴 월잭(55)은 13개 횡령죄를 저질러 2023년 기소됐다. 대학 중퇴 후 어머니 엘리자베스 파고(74)가 운영하는 요양원 사업에 합류해 최고경영자(CEO)가 된 월잭은 2016~2019년 의사 등 직원 급여에서 원천징수한 사회보장세 등을 내지 않고 개인적으로 회삿돈을 쓰다가 기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00만 달러(약 14억원)짜리 기금 모금 만찬에 탈세범 폴 월잭(오른쪽)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파고(가운데)가 참석한 직후, 탈세범을 사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00만 달러(약 14억원)짜리 기금 모금 만찬에 탈세범 폴 월잭(오른쪽)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파고(가운데)가 참석한 직후, 탈세범을 사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스북

 
그는 탈루한 1050만 달러(약 144억원) 가운데 일부는 200만 달러(약 28억원)짜리 요트를 사고 명품을 사는 데 썼다. 월잭은 지난해 11월 유죄를 인정하고 440만 달러(약 60억원) 배상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초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연방법원 판사는 "부자에게 감옥을 피할 수 있는 ‘프리패스(면죄부)’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뒤집혔다. 어머니인 파고가 지난달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1인당 100만 달러(약 14억원)짜리 만찬에 참석하면서다. 초청장에는 '매우 제한된 좌석이 제공되는 촛불 만찬'이라고 적시됐다. NYT는 "3주도 지나지 않아 트럼프는 월잭에 대해 전면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면을 하겠다고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제 발착은 배상금 납부와 형 집행까지 면하게 됐다.

사면 신청서에는 어머니 파고가 트럼프 대선 캠프를 위해 최소 3차례에 걸쳐 수백만 달러를 모금했다는 점이 적혔다. 또한 파고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캠페인에 악재 요소였던 딸 애슐리 바이든의 일기장을 대중에 공개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점도 신청서에 들어 있었다. 


백악관은 NYT가 입장을 묻자 “월잭과 그 가족이 보수 정치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의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바이든 정권 검찰로부터 표적 기소가 됐다는 주장이다. NYT는 “백악관 입장은 월잭의 사면 신청서 내용을 그대로 되풀이 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의 가족은 사면을 축하하는 사진을 올리며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스레드 캡처

그의 가족은 사면을 축하하는 사진을 올리며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스레드 캡처

 
외신들은 사면 이후 월잭이 "폴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고 쓰인 붉은 모자를 쓰고 축하하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고 전했다. NYT는 "트럼프가 동맹에겐 보상하고, 적에게는 처벌하는 목적으로 사면권을 행사하는 걸 보여주는 최근 사례"라고 꼬집었다. 

뇌물 보안관, 사기 공모 부부도 "사면"

지난 26일 트럼프는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받고 수감 중이던 전직 보안관 스콧 젠킨스도 사면했다. 젠킨스는 훈련받지 않은 민간인 8명에게 돈을 받고 보조 보안관 직위를 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젠킨스가 바이든 행정부의 법무부에 의해 부당하게 기소됐다"고 주장하며 사면을 단행했다.

크리스리 가족의 사생활 주인공인 토드와 줄리 역시 트럼프가 사면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페이스북

크리스리 가족의 사생활 주인공인 토드와 줄리 역시 트럼프가 사면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페이스북

 
27일 트럼프는 리얼리티 TV쇼 ‘크리스리 가족의 사생활’의 주인공인 토드와 줄리 크리스리 부부도 사면할 방침이라고 AP가 보도했다. 백악관 측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리 가족과 통화해 사면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BBC는 "이달 초 부부의 딸인 사바나 크리스리가 트럼프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와 폭스 뉴스에서 인터뷰했다"고 보도했다. 딸은 인터뷰에서 "(재판을 담당한) 두 검사 모두 민주당 후보들에게 기부했다"면서 "재판에서 우리는 이미 끝났다는 걸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들 부부는 2022년 지역 은행들을 상대로 3000만 달러(약 413억원) 규모 사기 대출을 공모한 혐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실제 수입을 숨긴 채 명품 의류 등을 사며 호화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토드에게 징역 12년, 줄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1780만 달러(약 245억원)의 배상금을 명령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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