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파나마 이어 호주 다윈항 각축…中 "큰 화근 남길 것" 압박

호주 북부의 요충지 다윈항. 중국의 임차권을 미국 사모펀드가 구입에 나서면서 중국과 호주, 미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로이터

호주 북부의 요충지 다윈항. 중국의 임차권을 미국 사모펀드가 구입에 나서면서 중국과 호주, 미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로이터

미국과 중국이 파나마 항구에 이어 호주 북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다윈항의 운영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 지난 3일 총선에서 압승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유세기간에 중국 기업이 장기 임차한 다윈항의 운영권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트럼프 2기 스티브 페인버그 국방부 부장관이 설립한 미국 사모펀드가 다윈항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중국 외교 당국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도 지난 27일 ”강제로 다윈항을 회수할 경우 호주에 막대한 화근을 남길 것“이라며 보복을 경고했다.

다윈항은 호주 북부 행정구역인 노던 테리토리의 수도 다윈시의 외곽 항구다. 아시아와 가장 가까워 미국이 중국의 대양주 진출을 견제할 수 있는 군사 요충지이면서, 호주의 대(對)아시아 무역 핵심 항구다.

지난 2015년 10월 노던 테리토리 정부는 중국 랜드브리지(중국명 란차오·嵐橋)와 다윈항구와 주변 설비를 5억600만 호주달러(4487억원)에 99년간 장기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안보를 이유로 계약 체결을 비판했다. 최근에는 미국이 이곳을 아시아태평양의 전초 기지로 다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전략 폭격기 주둔을 위한 다윈 공군기지 확장에 나섰고,  약 2000명의 미군 해병대가 연중 6개월간 훈련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7일 보도했다.

호주는 미국에 기운 상태다.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달 총선 유세에서 국익을 위해 중국 경영진에게 다윈항 운영권 매각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주 일간지 ‘더 오스트레일리언’은 26일 미국 사모펀드 케르베로스(Cerberus) 캐피탈이 중국 랜드브리지 측에 다윈항 99년 임대권 구매 의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호주 관원은 랜드브리지가 10억 호주달러(8851억원)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앨버니지 총리는 중국이 항구 운영권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몰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1일 샤오첸(肖千, 왼쪽 세번째) 주호주 중국대사가 중국 기업 랜드브리지가 임차한 호주 북부의 요충지 다윈항을 시찰했다. 주호주 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지난 21일 샤오첸(肖千, 왼쪽 세번째) 주호주 중국대사가 중국 기업 랜드브리지가 임차한 호주 북부의 요충지 다윈항을 시찰했다. 주호주 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샤오첸(肖千) 주호주 중국대사는 지난 21일 다윈항을 직접 찾아 정샹(程祥) 랜드브리지 이사와 만나 현황을 점검했다. 샤오 대사는 22일 다윈 현지에서 호주 공영방송 ABC, 중국 관영 신화사와 인터뷰를 갖고 ”항구가 적자일 때는 임대하고 수익이 생긴다고 다시 회수한다면 도의상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27일에는 마오닝(毛寧) 중국외교부 대변인이 ”중국 기업이 시장 방식을 통해 다윈항 임대 계약을 취득했다“며 ”합법적인 권익은 충분히 보호받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수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다윈항 프로젝트가 호주에서 여러 차례 ‘정치 축구’가 됐다“라며 ”다윈항을 강제로 회수한다면 막대한 화근을 남길 것“이라며 압박했다.

사설은 또 ”양국 민간의 대립 감정을 악화시켜, 양국 정부와 기업의 상호 신뢰를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워싱턴의 압력이 호주의 이익을 압도하고, 규칙에 기반을 둔 상업활동이 정치적 논리에 짓밟힌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호주의 국제적 신뢰뿐 아니라 외부의 군사적 게임을 거부할 수 있는 전략적 자주공간“이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중국 소유의 다윈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 전략과도 충돌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홍콩 부동산 기업 청쿵허치슨(長江和記)이 보유한 파나마 항구의 운영권 회수에 나섰다. 올 10월부터는 미국 항구에 정박하는 중국 선박에 입항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파나마 항구 매각에 격노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포럼에서는 1964년 중국 전역에서 일어난 파나마 지지 반미 시위를 언급하며 파나마 항구 운영권 수호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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