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집 매입 느는데…"강남권 매수자 대부분은 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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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기자 사진 이현 기자
국내 아파트 등 집합건물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수도권 서남부에서는 중국인, 강남권에서는 북미 국적자의 매수가 두드러진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국내 거주 교포나 시민권자로 추정된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2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이 신청한 집합건물(아파트·빌라·상가 등) 매수 등기는 1234건으로 지난해 8월(1242건) 이후 최대다. 올해 1~4월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지역은 ▶인천 부평(206건) ▶경기 안산 단원구(180건) ▶부천 원미구(168건) ▶시흥시(155건) ▶안산 상록구(145건) ▶평택시(142건) 등이다. 서울에서는 ▶금천구(49건) ▶구로구(48건) ▶영등포구(47건) 순이었고, 이 중 80.6%(114건)는 중국인이 매수했다.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 등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올해 외국인 매수 112건 중 미국인 64건, 캐나다인 19건 등 북미 국적자가 74%를 차지했다. 이중 상당수는 한국에 생활 기반을 둔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추정된다. 주택 통계는 교포를 따로 구분하지 않지만, 토지 보유 외국인 중 교포가 아닌 '순수 외국인'은 10.4%(지난해 6월 기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다. 서울 압구정동의 김세웅 압구정케빈부동산법인 대표는 “외국인 매수자 대부분이 국적은 미국 국적자였는데, 교포거나 한국에 살며 미 시민권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도 "교포 여부를 실거래 신고로 확인할 수 없지만, 한국어로 서류를 제출하거나 한국어로 전화 소통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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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고가 아파트·단독주택을 외국인이 매수한 사례가 알려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244㎡(24층) 매물은 우즈베키스탄인이 74억원 전액 현금으로 매수했다. 지난 3월에는 30대 중국인이 서울 성북동에서 대지면적 약 1098㎡, 연면적 약 760㎡의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 대저택을 119억6000만원에 매수했다. 이 역시 전액 현금 매입으로 추정된다.

내국인이 부동산 투자에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LTV·DSR 규제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자국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 확인할 방법이 없다. 서울 구로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자금이 부족한 경우 본국에서 대출을 받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주택자는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이지만, 외국인은 자국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국내에서는 1주택 보유자로 간주해 중과를 피할 수 있다. 자금 조달 과정에서 불법 외환거래나 자금세탁 우려도 제기된다. 국토부는 지난해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 중 위법 의심 거래 282건을 적발했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수석위원은 “월세 수익률이 오른 강남권 아파트를 투기 목적으로 외국인이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집 사는 것 자체를 막기는 힘들지만, 투기 수요에 대한 제한적인 규제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외국인의 국내 거주 목적이 확인되지 않으면 주택 취득에 제한을 두는 식의 해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수도권에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부동산 거래신고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고 의원은 “중국 등 일부 국가는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고 있으나, 한국은 외국인에게 아무런 제약 없다”라며 “상호주의를 의무화하고 수도권 과열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외국인 취득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