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미 화성동탄경찰서장(총경)이 28일 동탄 납치살해 사건 브리핑을 열고 유족과 국민에게 사과했다. 손성배 기자
경기 화성에서 30대 여성이 옛 연인에게 납치 살해된 사건에 대한 경찰의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관할 경찰서장은 28일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건 발생 16일 만이다.
강은미 화성동탄경찰서장(총경)은 이날 경기남부경찰청 제2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가 112 신고와 고소 등 방법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호소했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전 10시41분 A씨(34)가 동탄신도시 소재 한 오피스텔에서 옛 연인인 B씨(33)를 납치한 뒤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 또한 주거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씨는 2019년 12월부터 A씨로부터 폭행 등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화성 동탄 가스라이팅 납치살인 사건 가해자와 피해자가 거주하던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 현관과 화단. 손성배 기자
B씨는 지난해 9월 9일 경찰에 A씨의 폭행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해 당시 피해 상황 및 A씨의 지속적인 폭행 사실 등을 파악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와 이미 화해했다”는 B씨의 말만 듣고,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어 지난 2월 23일 B씨는 재차 폭행 피해를 신고했다. B씨는 “단순 말다툼이었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현장에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경찰이 돌아간 뒤 A씨는 B씨를 수 시간 동안 폭행했다고 한다.
B씨는 지난 3월 3일 112에 다시 폭행 피해를 신고한 뒤 자택에서 나와 4월 1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B씨의 피해 상황 등이 담긴 약 80쪽 분량의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추가 안전 조치 등을 진행하지 않았다. B씨는 같은 달 17일 600쪽이 넘는 고소이유보충서 및 학대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A씨에 대한 신병확보 시도나 신속한 수사를 하지 않았다.

강은미 화성동탄경찰서장(총경)이 28일 동탄 납치살해 사건 브리핑을 열고 유족과 국민에게 사과했다. 강 서장은 ″발생 직후 경찰서 자체적으로 조치 과정 적정성을 살펴본 결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손성배 기자
112 신고 및 고소장 접수 과정에서 관리자의 부실한 관리‧감독도 있었다. 사건 주무부서 관리자는 휴직을 앞둔 담당 수사관의 업무 인수·인계가 이뤄지던 지난 4월 28일에서야 사건을 인지했다. 이후 영장 신청 검토를 지시했지만, 새로운 수사관은 아무런 영장 신청 절차를 밟지 않았다.
강 서장은 “피해자가 살해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져 책임자로서 매우 송구하다.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체 사건을 전수 점검하고, 보호조치 적정성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