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SK이노베이션, 장용호·추형욱으로 수장 교체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SK이노베이션이 대표이사를 교체한다. SK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리밸런싱(재구조화)’에 속도를 내는 차원에서다.

SK이노베이션은 28일 이사회를 열어 박상규(61) 총괄사장을 장용호(61) SK(주) 사장으로 바꾸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박 총괄사장이 맡고 있던 대표이사를 사내 기업인 SK이노베이션 E&S의 추형욱(51) 사장으로 선임하는 내용도 함께 의결했다. 박 사장은 ‘일신상 사유’를 사임 이유로 들었다. 연말 정기인사가 아닌데도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바꾼 만큼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임 장용호 총괄사장이 대표를 맡는 게 자연스럽지만, 추형욱 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기존 박 총괄사장의 역할을 2명이 나눠맡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 사내이사인 추 사장은 이사회 의결을 거치면 바로 대표로 선임할 수 있다. 하지만 사내이사가 아닌 장 총괄사장을 대표로 선임하려면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는 “기업의 1인자이자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이사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SK이노베이션은 총괄사장을 대표이사로 두지 않았다”며 “주총 의결까지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옥상옥’ 구조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신임 총괄사장추형욱 SK이노베이션 신임 대표이사
 
SK 관계자는 “6월 13~14일 열리는 SK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있어 빠르게 인사를 낸 것으로 안다”며 “SK이노베이션의 리밸런싱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속도를 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영전략회의에는 최태원 SK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등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CEO 30여 명이 참석한다.


장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옛 유공) 출신으로 SK머티리얼즈·SK실트론 사장을 지낸 ‘기획통’이다. 대표이사는 아니지만, 연배가 있는 만큼 50대 추 대표와 함께 리밸런싱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추 대표는 주로 SK 지주사 재무 부문에서 일한 ‘재무·기획통’이다. 최태원 회장의 신임이 깊은 차기 리더로 알려졌다. 임원 승진 3년 만인 2020년 12월 SK그룹 최연소 사장(46세)으로 승진하며 E&S를 이끌어왔다.

SK 관계자는 “신임 추 대표는 그룹의 반도체·배터리 부문 인수합병(M&A)을 조율한 투자 전문가이자 액화천연가스(LNG) 신사업 진출을 주도한 에너지 전문가”라며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고, SK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는 지난해 5월에도 김형근(55) 당시 SK E&S 재무부문장을 SK에코플랜트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연말 아닌 연중에 CEO를 교체했다. 이번엔 그룹의 주력이자 자산 100조원 규모의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를 갑작스럽게 교체했는데, 그만큼 체질 개선을 위한 ‘충격 요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SK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중 하나인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리밸런싱의 최우선 대상으로 꼽혀왔다. 지난해 매출 74조7170억 원, 영업이익 3155억 원(당기순손실 2조4032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 대비 매출은 3.3%, 영업이익은 83.4%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엔 영업손실 446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를 겪는 SK온이 실적 부진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