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국여성의전화는 27일 토론회 직후 성명을 내고 “대통령 선거 후보로서 시민 앞에 선 자리에서 여성 시민에 대한 폭력과 비하의 표현을 그대로 재확산한 작태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며 “이 후보는 당장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28일 성명에서 “이준석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오히려 여성혐오에 편승해왔다”며 “오직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혐오표현을 통해 여성을 언급하는 저열한 작태에 분노와 모멸감을 느낀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의 고발도 이어졌다.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오전 국민신문고를 통해 경찰에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및 형법상 모욕 등 혐의로 고발하는 민원을 냈다.
이 변호사는 이준석 후보의 발언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들이 성희롱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라며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이재명 후보 등을 정당한 이유 없이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등 비방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연 '대선 TV토론 이준석 대선후보 성범죄 발언 단체고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도 이날 오후 이 후보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TV 토론을 시청한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명백한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주장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도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유세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불편할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알고 있었고, 심심한 사과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순화해서 표현한 것이고, 어떻게 더 순화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런 언행이 만약 사실이라면 충분히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직장인 조모(32)씨는 “대선 토론을 보고 있는데, 내가 무슨 말을 듣고 있는 것인지 현실감이 안 느껴질 정도였다”며 “이 후보 본인은 정당한 문제 제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네거티브 공세를 하려는 게 눈에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신모(28)씨도 “모든 국민이 시청하는 대선 토론 자리에서 굳이 필요한 발언이었나 싶다”며 “간접적으로 표현해도 충분했을 텐데 그런 표현을 사용한 것 자체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39)씨는 “TV 토론을 본 아이가 ‘무슨 얘기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었다”고 난감해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민주노동당 권영국·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