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러시아 크렘린궁을 방문한 아베 아키에 여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면담 자리에서 아베 전 총리와 부친이 옛 소련과 러시아와의 외교에 힘을 쏟았던 점을 언급했다. “그(아베)의 꿈은 양국 간의 평화조약으로, 그는 성실히 임해왔다. 우리는 그 길을 진지하게 전진해왔다”며 “현재는 상황이 달라져 지금은 (그 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사히는 푸틴의 이런 발언이 일본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했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내인 아베 아키에 여사가 29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로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공한 전용 리무진에서 내리고 있다.EPA=연합뉴스
깜짝 면담에 이어 푸틴으로부터의 이례적인 환대가 알려지자 일본에선 여러 해석이 쏟아졌다. 아사히는 푸틴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나선 상황에서 일본과 가까이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전 면담을 추진했던 이시바 총리보다 앞서 아키에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일 대화의 물꼬를 튼 것처럼 러시아와의 대화에도 일조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반면 일각에선 아키에 여사의 면담이 적절했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며 일반 국민에게 방문을 중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이날 “일본 정부 차원에서 아베 아키에 여사와 논의하지 않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코멘트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일본 정부의 러시아 방문 중단 권고에도 아키에 여사가 러시아를 찾은 데 대해선 “기본적으로 러시아로의 도항(渡航)은 하지 않도록 국민에게 요청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