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충일 연휴가 시작된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미약하나마 소비가 늘어난 것은 해외 지출이 늘어난 데 기인한다. 가계 소비를 항목별로 보면 올해 1분기 국내 소비는 전기 대비 0.3%(7354억원) 감소한 반면 내국인의 국외 지출은 4.3%(3211억원) 증가했다. 국내에서 쓴 돈은 줄고, 외국에서 쓴 돈은 늘었다는 뜻이다. 늘어나는 소비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 집중되는 건 올해만의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내국인의 국외 지출은 전년 대비 22.6% 증가한 30조9273억원으로 2019년 이후 처음 30조원대에 올라섰다. 1년 새 5조7390억원가량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전체 소비지출의 98%를 차지하는 국내 소비는 7조302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해외 소비의 대부분은 여행객이 쓰는 돈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내국인 출국자는 780만2865명으로 지난해 1분기(743만3016명)보다 5.0% 증가했다. 코로나19팬데믹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GDP 통계에 잡히지 않은 해외 직구(직접구매)로도 해외 지출 증가를 가늠해볼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의 카드 해외 사용금액은 전년 대비 13%가량 증가한 217억2000만 달러(약 31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여행 수요 회복과 함께 온라인쇼핑 해외 직구액이 꾸준히 늘고 있는 영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온라인 해외 직구액은 58억3000만 달러로 2023년(51억1000만 달러)보다 14% 증가했다.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4년 전과 비교하면 약 두배로 늘었는데 알리나 테무 같은 중국 쇼핑몰의 저가 공세와 맞물린 결과다.
최근의 내수 부진은 만성화 조짐이 뚜렷하다. 재화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감소했다. 199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가운데 해외 소비지출이 증가하며 국내 소비 둔화가 가속하고 있는 셈이다.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릴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국인의 소비는 국내에서 쓰나, 해외에서 쓰나 국내총생산(GDP)의 민간소비로 잡히는데, 통계상 소비가 살아나는 것처럼 보여도 현실은 전혀 다를 수 있다”며 “해외 소비의 증가가 내수 침체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정밀한 대응책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 진작을 위해선 더 많은 외국인이 국내를 찾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외국인의 국내 소비지출은 18조435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 내국인이 해외에서 쓰는 돈에 비하면 60% 수준이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얼마나 한국을 찾느냐 하는 양적 지표도 중요하지만, 관광객 1인당 소비지출, 체류 기간, 재방문율 등에 더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며 “더 오랜 기간 체류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