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신뢰' 흔들…큰손들 'AAA클럽' 호주·싱가포르로 눈 돌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 국채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던 대만과 일본의 보험사, 호주의 연금 펀드 등 아시아 기관투자가는 잇따라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다양한 국채. 중앙포토.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 국채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던 대만과 일본의 보험사, 호주의 연금 펀드 등 아시아 기관투자가는 잇따라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다양한 국채. 중앙포토.

최근 ‘큰 손’인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미국 국채를 일부 팔고, 최고 신용등급(AAA)을 보유한 호주와 싱가포르 국채를 담고 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 국채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던 대만과 일본의 보험사, 호주의 연금 펀드 등 아시아 기관투자가가 잇따라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데다 재정적자 악화 우려에 ‘미국 국채=안전자산’ 공식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 대안으로 금리 하락(채권값 상승) 가능성이 있는 호주와 싱가포르 국채에 눈을 돌린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무디스ㆍ피치ㆍS&P)의 최상위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AAA 클럽’은 호주와 싱가포르를 포함해 덴마크·독일·룩셈부르크·네덜란드·노르웨이·스위스 등 8곳뿐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호주 30년 만기 국채와 미국 30년물 국채 간의 금리 차이가 이달 2일(현지시간) 0.019%포인트로 좁혀졌다. 최근 1년래 가장 좁은 격차다. 1년 전 4.5% 선에서 거래됐던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최근 연 5% 선까지 치솟은 영향이 크다.  

이와 달리 호주 국채 금리는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2일 기준 연 4.98%로 연고점을 찍은 지난달 15일(연 5.24%)보다 0.26%포인트 하락(국채값 상승)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같은 기간 연 4.6%에서 연 4.2% 선까지 내렸다. 호주 중앙은행(RBA)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대비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국채 수요를 자극했다.  


큰손들이 안전자산 포트폴리오를 수정하는 데는 미국 국채 투자에 따른 손실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자산관리업체 슈로더스의 채권담당인 켈리 우드는 “미국 국채 가격엔 막대한 재정리스크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며 “더욱이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주려는(국채 매입) 투자자들이 줄고 있어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의회예산국은 ‘트럼프 감세안’이 확정될 경우 재정적자가 향후 10년간 3조8000억 달러(약 5238조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달러가치가 하락한 점도 기관투자가들에게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야 할 압박으로 작용한다.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연초 108.49에서 이달 2일 98선까지 밀려났다.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딩이페이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기관투자자가 대안을 찾으면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AAA 채권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최고 신용등급을 유지한 싱가포르 채권 시장으로 안전자산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