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포고문으로 "하버드 신규 유학생 비자발급 전면 중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버드대학에 대해 신규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비자 발급을 최소 6개월간 중단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4일(현지시간) 서명했다.

지난달 29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에서 열린 제374회 졸업식. AFP=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에서 열린 제374회 졸업식. AFP=연합뉴스

백악관이 이날 발표한 포고문에 따르면 F(유학·어학연수), M(직업훈련), J(교육·예술·과학 분야의 교환 연구자·학생) 비자 등 비이민 비자를 통해 하버드대 학업 과정을 이수하려는 모든 외국인의 비자 발급이 중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F, M, J 비자를 통해 하버드대에서 학업 또는 교환 프로그램 참여를 목적으로 입국하려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중단 및 제한한다”며 “이 조치는 발표일(4일)로부터 6개월 후 자동 종료되며,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버드대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SEVP)을 통한 유학은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학의 SEVP를 이용하려는 유학생은 예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F, M, J 비자를 통해 체류 중인 하버드대 유학생의 경우에도 국무장관이 재량에 따라 기존에 발급된 비자 취소 여부를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3일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3일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내리면서 하버드대와 중국 간 밀착 등을 이번 조치의 주요 이유로 들었다. 그는 하버드대가 지난 10년간 중국으로부터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를 지원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중국이 학생 비자 제도를 악용해 방문 학생들을 통해 미 주요 대학의 정보를 수집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내 범죄율, 특히 폭력 범죄율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증가했으나 일부 위반 행위에 대한 징계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하버드대는 유학생의 징계 기록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거나, 이들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하버드대 캠퍼스에 설치된 하버드 표지판. AFP=연합뉴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하버드대 캠퍼스에 설치된 하버드 표지판. AFP=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에 보조금 삭감을 압박하며 학내 반유대주의 근절과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중단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하버드대가 학문의 자유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자, 미 국토안보부가 지난달 하버드대의 SEVP 인증 권한을 박탈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런데 하루만에 연방법원 결정으로 제동이 걸리자, 신규 유학생 비자발급 중단이라는 조치를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대는 이번 포고문에 대해 “수정헌법 1조의 권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또 하나의 불법적인 보복 조치”라며 “하버드는 외국 학생들을 계속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하버드대 입장에서 당장 비자를 취소하고 모든 유학생을 돌려보낼 수는 없을 것”이라며 “국무부 등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하버드대를 비롯한 한국 유학생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명문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도 지속되고 있다. 미 교육부는 이날 컬럼비아대가 차별금지법을 위반해 미 중부주(州) 고등교육위원회(MSCHE)가 정한 교육기관 인증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MSCHE에 통보했다. 미국은 교육부가 직접 대학에 대한 인증을 담당하는 대신 7개 권역별 인증기구가 인증 역할을 맡는다. MSCHE 인증은 연방정부 장학금인 ‘펠 그랜트’(Pell Grant) 및 연방 학자금 대출 수혜 대상기관 여부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컬럼비아 칼리지와 컬럼비아 공대 학부생의 21%가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펠 그랜트 지원을 받고 있는데, 컬럼비아대가 인증을 받지 못할 경우 이들에 대한 학자금 지원이 끊길 가능성이 있다.

린다 맥마흔 교육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 공격 이후 컬럼비아대 지도부는 캠퍼스 내 유대인 학생들에 대한 괴롭힘을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며 “이는 비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불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연방 차별금지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인증기관들도 인증 대상 대학들이 기준을 지키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며 인증기관을 압박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학내 반유대주의 대응 미흡을 이유로 지난 3월 컬럼비아대를 상대로 4억 달러 규모의 연방보조금 지급과 연방 계약을 취소한 상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