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블루라인 파크의 스카이캡슐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인생 사진 명당으로 입소문이 났다. 사진은 스카이캡슐에서 기념사진을 담는 홍콩 관광객의 모습. 백종현 기자
필수 코스로 뜬 해운대 스카이캡슐

청사포역 철도 건널목 앞은 해운대 해변열차가 지날 때마다 인증 사진을 담는 이들로 소동을 치른다. 평일에는 방문객 대부분이 외국인이다. 백종현 기자
120만명.
지난해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를 체험한 외국인 탑승객 수다. 블루라인 파크는 2020년 10월 부산의 옛 동해남부선 ‘미포~청사포~송정(4.8㎞)’ 구간에 들어선 테마 공원이자 관광철도의 이름이다. 지난해 탑승객 272만명의 절반에 가까운 45%가 외국인이었다.
관광철도는 미포~송정 구간을 왕복 운행하는 ‘해운대 해변열차’와 7~10m 높이의 공중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스카이캡슐’로 나뉜다. 지난달 21일 오후 블루라인 파크 미포역을 찾았다. 스카이캡슐은 평일인데도 대기 줄이 100m가 넘었고, 놀랍게도 그중 90%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스카이캡슐은 해운대 앞바다를 배경으로 열차를 독차지한 사진을 담을 수 있어 젊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단다. 미포에서 청사포까지 2㎞ 구간을 시속 4㎞의 느긋한 속도로 움직인다.
인스타그램에는 ‘skycapsule’ ‘bluelinepark’ 따위를 태그한 게시물이 1만 개가 넘는다. 홍콩에서 온 20대 여행객 니키는 “소셜미디어에서 스카이캡슐 사진을 여러 번 봤다”며 “인생 사진을 담고 싶어 부산에 오자마자 찾아왔다”고 말했다.

대만에서 온 모녀 여행객의 모습. 뒤쪽으로 스카이캡슐과 청사포 명물 쌍둥이 등대가 보인다. 청사포의 전망 카페 '오션 브리즈'에서 촬영했다. 백종현 기자
블루라인 파크가 뜨면서 동네 분위기도 달라졌다. 조개구이집만 즐비했던 청사포는 요즘 젊은 감각의 카페와 기념품 가게, 레스토랑이 하루가 멀다고 생기고 있다. 청사포 앞 전망 카페 ‘오션 브리즈’의 최원호 대표는 “평일에는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이라면서 “온종일 영어로만 응대하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의 특급호텔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은 최근 블루라인 파크 이용권을 포함한 외국인 전용의 패키지 상품까지 내놨다.
패스 하나로 루지·전망대 즐겨

기장의 스카이라인 루지는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 액티비티 상품이 됐다. 특히 중화권 관광객의 비중이 높다. 백종현 기자
최근 부산 관광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대만 관광객의 폭발적인 증가다. 지난해에는 50만456명(2023년보다 94.7% 증가)이 부산을 찾아 일본(45만5572명)과 중국(41만8523명)을 밀어내고 최대 방문 국가가 됐다. 엔데믹 이후 K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항공편 수요가 급증한 게 요인이다. 현재 부산~대만 직항편이 주 140편가량 다니는데, 팬데믹 이전보다 약 30편이 늘었다.
과거에 ‘외국인의 부산 관광’하면 해운대, 태종대, 감천 문화마을, 자갈치 시장, 국제시장 등이 전통적인 관광지가 대부분이었다. 요즘은 비짓 패스 부산 카드 한 장 들고 신흥 관광지를 찾아다닌다. 200곳이 넘는 비짓 패스 부산 가맹점 중 블루라인 파크를 비롯해 ‘부산 엑스 더 스카이(전망대)’ ‘스카이라인 루지’ ‘롯데월드 부산’ 등이 최상위 방문지로 꼽히는데, 모두 코로나 이후 생긴 부산의 신흥 명소다.

부산 최고 높이의 전망대 부산 엑스 더 스카이. 이곳 99층의 스타벅스는 '세계 최고 높이'로 유명하다. 음료와 부산의 풍경을 함께 담는 것이 유행이다. 백종현 기자
부산 엑스 더 스카이에서 최고의 인기는 99층에 있는 스타벅스가 누린단다. ‘세계 가장 높은 위치의 스타벅스’라는 특수성 덕분이다. 손님 대부분이 창가에서 음료를 들고 기념사진을 담아간다. 매장 관계자는 “‘제주 말차 라떼’ ‘자몽 허니 블랙 티’처럼 ‘Korea Only’라는 안내가 붙은 한국 전용 메뉴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송도 해상 케이블카. 지난해 3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탑승했다. 중화권 관광객의 비중이 높다. 백종현 기자
스카이라인 루지에서 만난 한 대만 관광객은 “음식과 바다가 부산의 전부인지 알았는데, 액티비티 상품이 다양해서 놀랐다”며 “오늘은 루지와 케이블카를 탔고, 내일은 롯데월드에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