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먹은 푸틴 "우크라에 강력 보복, 협상 없다"…北과 밀착 행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 공격과 사실상의 휴전 협상 불가를 선언했다. 2차 휴전 협상 전날인 지난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군 기지를 공격한 데 이어 접경지 교량 붕괴 및 열차 탈선 사고 등을 일으켰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의 공군기지 4곳을 드론(무인기)로 기습 공격해 전략폭격기 41대를 타격했다며 "러시아에 약 70억 달러(약 9조7000억원)어치의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푸틴이 1시간 15분 간 전화 통화에서 '최근 우크라이나의 공군 기지 공격에 대응할 것'이라고 매우 강력히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 동부 이르쿠츠크주 벨라야 공군기지의 파괴된 Tu-22 항공기. 1일 우크라이나는 벨라야 기지 포함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4곳을 기습 공격해 전략 폭격기 40여대를 타격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 동부 이르쿠츠크주 벨라야 공군기지의 파괴된 Tu-22 항공기. 1일 우크라이나는 벨라야 기지 포함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4곳을 기습 공격해 전략 폭격기 40여대를 타격했다. AFP=연합뉴스

푸틴은 접경지 브랸스크와 쿠르스크에서 발생한 교량 붕괴 몇 열차 탈선 사고 역시 우크라이나가 일으킨 '테러'로 보고 있다. 최소 77명의 사상자가 난 이들 사고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푸틴은 "우크라이나 정치 당국이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며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방해하기 위해 민간인을 고의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겨냥해 "테러리스트와 협상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이날 레오 14세 교황과의 첫 전화 통화에서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 민간 인프라 시설을 파괴해 분쟁을 확대하고 있고 이는 국제법상 명백한 테러"라고 비판했다. 

다만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별도 브리핑에서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지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적절한 채널을 통해 협상하는 것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지를 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지난 4일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안전보장회의 서기와 회동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EPA=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지난 4일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안전보장회의 서기와 회동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EPA=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북한과의 군사적 밀착을 또 다시 과시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쿠르스크 복구 전망 등을 논의했다. 러시아는 쿠르스크 일부를 장악했던 우크라이나군을 북한군의 도움으로 완전히 몰아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 김정은의 연내 방러 일정과 한반도 상황도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도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지속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5일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비판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실었다. 해당 기사에서 북한의 최주현 국제외교안보 평론가는 "동맹국의 영토를 침공한 우크라이나의 신나치스 분자들을 격퇴하기 위한 정의의 해방작전에 참전한 것"이라며 북러 군사 협력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지난 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 추가 무기지원 호소…"미, 한 발 물러나"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4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방공 부문 지원 강화 및 대러 추가 제재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화상 회의에서 미국산 패트리엇 체계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 그러나 정작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전쟁 발발 3년 만에 처음으로 이 회의에 불참했다. UDCG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 국방부가 창설, 로이드 오스틴 전 국방장관이 줄곧 주재해 온 회의다. 회의엔 크리스토퍼 카볼리 미군 유럽사령관 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동맹 최고사령관만 참석했다. 이와 관련, 폴리티코는 "헤그세스의 불참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한 발 물러났고 그 역할을 (UDCG를 개최한) 영국과 독일이 이어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날 미 국방부가 러시아 드론 격추용으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려던 장비를 중동 내 미 공군에 재배정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도 나왔다. 미국은 지난 3월 예멘의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으며 최근 이란과의 충돌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