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태양광 빛낼 이 기술…中 독주 추격 나선다

독일 브란덴부르크 상업시설 지붕에 설치된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연합뉴스

독일 브란덴부르크 상업시설 지붕에 설치된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연합뉴스

중국이 실리콘 셀 중심의 태양광 시장을 독점한 가운데 국내 업계는 차세대 기술인 ‘탠덤 태양전지(탠덤 셀)’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발전 효율이 기존보다 2배 가량 높은 데다 아직 주도국이 없는 만큼 발 빠르게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6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상용화가 가능한 탠덤 셀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탠덤 셀은 기존 실리콘 셀에 다양한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신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 셀’을 겹쳐 만든다. 기존보다 빛 흡수 범위가 넓어 발전 효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현재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광 모듈은 발전 효율이 22~24% 수준이다. 하지만 탠덤 셀을 활용한 모듈은 이론상 2배 수준인 최대 44%까지 효율을 낼 수 있다. 여기에 기존 태양광 시장은 중국이 사실상 과점하고 있어 기술 전환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생산량 기준 중국의 글로벌 태양광 모듈 점유율은 84.6%에 달했다. 반면 탠덤 셀은 아직 특정 국가가 시장을 선점하지 않은 만큼 국내 기업에도 경쟁력 확보 기회가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한화큐셀), HD현대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화큐셀은 2010년대 후반부터 탠덤 셀·모듈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해 자체 개발한 M10(330.56㎠) 크기의 탠덤 셀이 28.6%의 발전 효율을 기록해 해당 규격으로 세계 최고 효율을 인증받았고, 최근에는 탠덤 셀을 탑재한 모듈이 독일 시험·인증기관인 TUV 라인란드의 국제 표준 신뢰성 테스트를 세계 최초로 통과하기도 했다.

탠덤셀 기술 개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HD현대에너지솔루션 공장 전경. 사진 HD현대에너지솔루션

탠덤셀 기술 개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HD현대에너지솔루션 공장 전경. 사진 HD현대에너지솔루션

 
HD현대에너지솔루션도 2023년부터 탠덤 셀 기술 연구를 본격 추진 중이며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40억원 이상 투자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38%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탠덤 셀은 태양광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기술인만큼 탄소 중립 흐름 속 미래 기회로 보고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보다 늦게 탠덤 셀 개발을 시작한 만큼 조 단위 규모의 투자로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 글로벌 1위 태양광 기업 론지는 지난달 기준 34.9%의 효율을 내는 탠덤 셀 개발에 성공했으며, 트리나솔라·JA솔라 등도 30~34% 수준의 개발 성과를 내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 2월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가 24.6% 효율을 기록했다.

다만 높은 효율을 기록했다고 해도 상용화 기술 확보까지 갖춰야 한다. 지난 2023년 충북 진천에 파일럿 설비를 구축한 한화큐셀은 2026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해외 경쟁업체들은 아직 수작업이나 연구실 환경 기준에서 높은 효율을 기록했을 뿐 대량 생산 공정에 기술을 적용하지 못한 단계”라며 “한화는 실제 양산과 판매가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을 진행 중인 만큼 상용화 측면에서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제22회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에서 방문객들이 태양광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도 기업에 관련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정부의 탠덤 셀 분야 연구개발 투자는 대학(61.0%)과 출연연구소(34.7%) 집중돼 있었지만 2020년부터는 산업부의 투자 규모가 크게 늘면서 구도가 달라졌다. 2023년 기준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대학 42.4%, 대기업 30.1%, 연구소 26.5% 등 산·학·연 전반에 고르게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탠덤 셀 분야 기술개발 투자 규모는 2019년(약 80억원)부터 최근 5년간 연평균 33.3%씩 증가해 2023년 252억원까지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태양광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빠른 선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태양광 시장조사기관인 ITRPV(International Technology Roadmap)는 탠덤 셀 시장 점유율이 2029년 3%에서 2035년에는 1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준석 KISTEP 연구위원은 “한국은 글로벌 추세에 비춰봐도 탠덤 셀에 선도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편”이라며 “미중 패권경쟁 구도 속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한국이 개발한 탠덤 셀의 전략적 가치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