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브란덴부르크 상업시설 지붕에 설치된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연합뉴스
6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상용화가 가능한 탠덤 셀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탠덤 셀은 기존 실리콘 셀에 다양한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신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 셀’을 겹쳐 만든다. 기존보다 빛 흡수 범위가 넓어 발전 효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차준홍 기자
국내에서는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한화큐셀), HD현대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화큐셀은 2010년대 후반부터 탠덤 셀·모듈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해 자체 개발한 M10(330.56㎠) 크기의 탠덤 셀이 28.6%의 발전 효율을 기록해 해당 규격으로 세계 최고 효율을 인증받았고, 최근에는 탠덤 셀을 탑재한 모듈이 독일 시험·인증기관인 TUV 라인란드의 국제 표준 신뢰성 테스트를 세계 최초로 통과하기도 했다.

탠덤셀 기술 개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HD현대에너지솔루션 공장 전경. 사진 HD현대에너지솔루션
HD현대에너지솔루션도 2023년부터 탠덤 셀 기술 연구를 본격 추진 중이며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40억원 이상 투자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38%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탠덤 셀은 태양광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기술인만큼 탄소 중립 흐름 속 미래 기회로 보고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보다 늦게 탠덤 셀 개발을 시작한 만큼 조 단위 규모의 투자로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 글로벌 1위 태양광 기업 론지는 지난달 기준 34.9%의 효율을 내는 탠덤 셀 개발에 성공했으며, 트리나솔라·JA솔라 등도 30~34% 수준의 개발 성과를 내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 2월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가 24.6% 효율을 기록했다.
다만 높은 효율을 기록했다고 해도 상용화 기술 확보까지 갖춰야 한다. 지난 2023년 충북 진천에 파일럿 설비를 구축한 한화큐셀은 2026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해외 경쟁업체들은 아직 수작업이나 연구실 환경 기준에서 높은 효율을 기록했을 뿐 대량 생산 공정에 기술을 적용하지 못한 단계”라며 “한화는 실제 양산과 판매가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을 진행 중인 만큼 상용화 측면에서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제22회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에서 방문객들이 태양광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차세대 태양광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빠른 선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태양광 시장조사기관인 ITRPV(International Technology Roadmap)는 탠덤 셀 시장 점유율이 2029년 3%에서 2035년에는 1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준석 KISTEP 연구위원은 “한국은 글로벌 추세에 비춰봐도 탠덤 셀에 선도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편”이라며 “미중 패권경쟁 구도 속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한국이 개발한 탠덤 셀의 전략적 가치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