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9일 영국 런던에서 고위급 무역회담에 나선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 조치로 촉발된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양국은 서로를 압박하기 위해 수출통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8일(현지시간) CBS 뉴스 인터뷰에서 회담 의제에 대해 "핵심 광물의 (대미) 수출이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가 제네바에서 합의했다고 생각했던 수준만큼 빠르지는 않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10∼11일 제네바 고위급 협상에서 미국과 중국은 90일간 관세를 115% 포인트씩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했으며, 중국은 미국이 4월 초 발표한 관세에 대응해 시행한 비관세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약속한 비관세 조치 가운데 핵심광물과 희토류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며 합의 위반을 지적했다.
세계 희토류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희토류 광물 7종과 이들을 활용한 영구자석의 대미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자, 이에 의존해온 미국의 자동차·전자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자간 무역 협상을 벌이면서도 중국발 공급망 불안을 해소하는 데 집중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직접 통화하며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양측은 고위급 협상단을 런던에 보내 대화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오는 9일 런던에서 중국의 '경제 실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회담은 매우 잘 진행될 것"이라며 시 주석과의 통화 이후 수출통제 문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은 정상 간 통화 이후 일부 희토류의 대미 수출을 허가했지만 미국이 기대하는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7일 "중국은 책임있는 강대국으로서 각국의 민간 영역에서의 합리적 수요와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법규에 따라 희토류 관련 품목 수출 허가 신청을 심사했고 일정 수량의 법규에 맞는 신청을 승인했다"며 "법규에 맞는 신청 승인 업무를 지속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싯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9일 회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며 "우리는 휴대전화와 다른 모든 것에 중요한 자석 등 희토류가 4월 초 이전처럼 유입되기를 원하고, 어떤 기술적인 세부 사항이 그 유입을 늦추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보도에서 미중 무역 갈등이 최근 관세에서 수출통제로 중심이 옮겨졌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 중인 대중국 수출통제의 해제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에 대응해 항공기 엔진,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특정 화학물질, 원자력발전소 설비 등의 대중 수출을 제한했다.
또한 상무부는 지난달 14일, 전 세계 어디에서든 중국 화웨이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사용할 경우 미국의 수출통제 위반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으며, 중국은 이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제네바 회담 당시 미국 협상단에 없던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이번 협상에 합류한 점에 대해 WSJ은 중국이 환영할 만한 변화로 평가했다.
수출통제 업무를 총괄하는 러트닉 장관의 참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사안을 중국과 직접 논의할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