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찐명', 야당엔 내가 더 강경…與 원내대표 경선 과열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1·2기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병기(왼쪽), 서영교 의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1·2기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병기(왼쪽), 서영교 의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후보자로 나선 김병기(기호1번, 3선)·서영교(기호2번, 4선) 의원이 9일 대(對) 야당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13일 새 원내대표 선거를 치른다.   

국가정보원 출신의 김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이 나아가는 길에 놓인 걸림돌을 치우고, 철저하고 비타협적으로 내란 종식을 완수할 도구로 최종병기 김병기를 써달라”고 썼다. 그러면서 “당선 즉시 반헌법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윤석열 내란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집권 여당이 된 뒤 열린 첫 본회의(지난 5일)에서 내란 특검법을 통과시켰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국회 내란 특조위를 꾸리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1기 대표 시절 최고위원이었던 서영교 의원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내세웠다. 서 의원은 9일 MBC 라디오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코로나 때 민생을 살렸다”며 “이를 통과시켜내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12ㆍ3 비상계엄 이후 전국민 재난지원금(국민 1인당 지역 화폐로 25만원 지급)을 밀어붙여왔지만, 국민의힘은 “전형적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했다. 지난달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3조8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안에서도 빠져있다. 이를 이 대통령이 예고한 2차 추경에는 반드시 넣겠다고 한 것이다. 서 의원은 지난 5일 본회의에서 통과된 3대 특검(김건희ㆍ내란ㆍ해병 특검)도 “가장 빠르게,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 초기 여야 ‘허니문’ 기간도 무색해진 강경 기류의 바탕에는 이번 선거의 주요 변수로 부상한 ‘당심 잡기’가 있다는 해석이다. 기존 원내대표 선거는 소속 의원만 투표했는데, 이번 선거부터 권리당원 투표가 20%(약 34표 효과) 반영된다. 당내 중진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한 명이 압도적이지 않으면 34표는 적은 표가 아니다”라며 “당원 투표를 의식해 목소리를 세게 내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자가 지난 7일 이재명 대통령 만찬에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사진 김병기 의원 페이스북 캡처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자가 지난 7일 이재명 대통령 만찬에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사진 김병기 의원 페이스북 캡처

 
당심을 노린 ‘친명’ 인증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 7일 이 대통령 만찬에 나란히 초대받은 두 의원은 만찬 직후 각자의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이 원내대표 후보인 둘 사이에 앉아 찍은 사진에서 서 의원 부분만 잘라낸 뒤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이에 서 의원실 관계자는 “단둘이 찍은 사진도 아니고, 어떻게 짜깁기를 할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찍은 셀카를 페이스북에 올린 모습. 사진 서영교 의원 페이스북 캡처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찍은 셀카를 페이스북에 올린 모습. 사진 서영교 의원 페이스북 캡처

 
서 의원은 대통령과 단둘이 찍은 ‘셀카’로 대응했다. 서 의원은 셀카를 게시하며 “대통령께서 한밤중에 셀카를 세 번이나 찍어주셨다”며 친분을 강조했다.  

당내에선 새 원내 지도부가 강경 행보를 원하는 당원만 의식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연희 민주당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새 지도부는 강경파의 목소리에 휩쓸리지 않고 균형감각을 갖고 시대 정신에 응답할 줄 알아야 한다”며 “힘자랑에 취한 오만한 여당을 민심은 언제든 견제하고 심판해왔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