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미·중 무역 협상단 대표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 리청강(李成剛) 상무부 국제무역담판 대표. 신화통신
전날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를 대표로 한 양국 협상단은 런던 버킹엄 궁 인근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6시간 넘도록 비공개 협상을 벌였다.
미국 측에는 지난달 제네바 협상에 참석했던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외에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새롭게 합류했다. 중국 측은 리청강(李成剛) 상무부 국제무역담판 대표 외에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이 참석해 3+3 진용을 맞췄다.
캐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미국과 중국 협상단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을 가속하는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지난달 미·중 무역 전쟁의 휴전 일환으로 제네바에서 체결된 희토류 합의를 중국이 파기했다고 비난해왔다.
해싯 위원장은 회담이 시작된 뒤 “크고 강렬한 악수와 함께 짧은 회담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는 악수한 뒤 곧 미국의 수출 통제가 완화되고 희토류가 대량으로 방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수출 통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의향이 있다는 점을 처음 시사한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런던회담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중국은 희토류 통제를 완화할 ‘녹색통로’를 언급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전날 밤 평론을 내고 “최근 중국이 일부 희토류 관련 품목에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새롭게 발표한 규정에 다양한 해석이 있다”며 “일시적인 ‘전술적 대응’이 아니라 전략적 자원을 규범에 따라 관리하는 세계적 추세와 부합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 등이 제기한 우려와 건의를 토대로 왕원타오 상무부장이 ‘녹색 통로’를 구축해 신속하게 승인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고 말했다. 미국에도 희토류 수출을 원활하게 하는 ‘패스트 트랙’을 개설하지만, 군사용 수출은 계속 제한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중국은 미국의 인공지능(AI) 칩과 칩 설계를 위한 소프트웨어 수출 제한을 요구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0일 3면에 “중국의 소리”를 의미하는 종성(鐘聲) 칼럼을 싣고 “중·미 제네바 경제·무역 회담 후 미국은 AI 칩 수출 통제 지침을 발표하고, 중국에 칩설계소프트웨어(EDA) 판매 중단 등 여러 가지 차별적인 제한 조치를 잇달아 발표했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장점을 보완하고, 공생하고 윈윈해야 한다”며 “인위적으로 설치한 ‘철조망’을 철거하고, 경제무역 협력의 ‘양방향 도로’를 원활하게 해야만 양국 경제·무역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칩 관련 기술 수출을 풀어야 민간용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겠다는 압박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