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 지방법원 고양지원. 중앙포토
지난해 10월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며 마을버스를 훔쳐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를 향해 돌진한 30대 탈북민 A씨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희수)는 국가보안법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에게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10월 1일 새벽 1시경 파주시 문산읍의 한 차고지에서 마을버스를 훔쳐 통일대교로 진입해 월북을 시도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차고지에서 약 4.5㎞를 운전해 통일대교 남단에 진입했으며, 바리케이드를 피해 약 800m를 더 달려 통일대교 북문 검문소 앞 바리케이드를 들이받은 뒤 현장에서 체포됐다.
A씨는 북한 양강도 혜산시 출신으로 2011년 12월 홀로 탈북해 한국으로 입국했다. 이후 일정한 직업 없이 건설 현장 등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2018년 다리를 다친 뒤 건강이 악화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심해졌고, 서울 관악구 고시원에서 기초생활수급을 받으며 생활해왔다.
조사에 따르면 A씨는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고립감과 경제적 압박, 건강 악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고,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면서 결국 월북을 결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23년 7월 주한 미군 소속 트래비스 킹 이등병이 판문점을 통해 월북한 사건을 뉴스로 접한 뒤 월북을 계획했고, PC방에서 구글 어스로 판문점 위치를 검색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2023년 9월 고시원 월세 미납으로 퇴거 요구를 받자 곧바로 범행을 결심했다. 월북을 시도하기 전에는 관할 주민센터를 찾아가 담당 공무원에게 긴급 생계비 지원을 문의하면서 "나는 남한에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북한에서 사는 것이 남한보다 나은 것 같다. 북한 가족이 보고 싶고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찬양하거나 동조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이 사건은 북한이탈주민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로,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 사회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