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크몬트 골프장. 성호준 기자
US오픈은 전장과 러프는 길고, 페어웨이는 좁고, 그린은 딱딱하고 빠르게 한다. 우승자 스코어가 이븐파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그런 US오픈이 열리는 골프장 중 에이스가 오크몬트다. 이 골프장은 “US오픈을 위해 만들어진 코스”라는 말을 듣는다. 10일 공식 인터뷰에서 저스틴 토머스는 “이 곳은 그냥 둬도 US오픈 코스라서 조직위가 코스를 어렵게 하기 위해 별로 할 게 없다”고 했다.

오크몬트 골프장. 성호준 기자
오크몬트는의 가장 큰 수비는 그린이다. 오크몬트 골프장 회원들은 특히 그린 빠르기에 집착한다. 이 클럽 회원들은 다른 클럽 회원을 초대해 빠른 그린에 고생하는 걸 보면서 클럽하우스에서 킥킥 웃는 사디스트라고 한다.
그린이 빠르기로 소문난 오거스타 내셔널 보다 더 빠르다. 그린 스피드 측정기인 스팀프미터가 태어난 곳도 이 곳이다. 1935년 대회에서 진 사라센의 퍼트가 그린 밖으로 굴러 나가는 걸 보고 만들었다. 스팀프미터 수치가 매우 빠르다는 13을 훌쩍 넘어 15가 되기도 한다.
“마커로 쓰는 동전도 그린에서 미끄러질 정도”라는 농담을 하는 선수도 있다. 원로 골퍼 리 트레비노는 3퍼트가 잦다는 의미로 “여기서 한 홀 2퍼트를 할 때마다 리더보드에서 몇 명을 추월하게 된다”고 말했다.
코스는 1903년에 만들었다. 창립자인 헨리 파운스는 자신이 세운 철강 회사를 앤드류 카네기에 팔고 골프에 천착했다. 그는 “골프장은 아름다움 경연대회가 아니다. 서투른 자, 줏대 없는 자, 변명에 익숙한 자들은 물러가라. 잘 못 친 샷은 돌이킬 수 없는 샷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면서 아들에게 골프장을 어렵게 하라는 유지를 남겼다. 아들은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도 했고 미국골프협회장을 맡기도 했다. US오픈이 어려운 대회가 된 건 오크몬트 창립자 부자의 영향도 크다.
세계 랭킹 3위 잰더 쇼플리는 “여기선 매홀이 전투이고, 매일이 전쟁”이라고 했다. 조던 스피스는 “페어웨이에 가지 못하면 파 하기가 매우 어렵고, 페어웨이에 가더라도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다.
2007년 앙헬 카브레라의 우승 스코어는 5오버파다. 2016년 더스틴 존슨은 4언더파로 우승했는데 그 때 비가 많이 와 그린이 부드러워졌다.
올해도 이 지역에 비가 많이 와 그린이 물렁물렁한 편이어서 언더파 우승 스코어가 될 수도 있다.

오크몬트 러프 풀 길이는 20cm가까이 된다. 성호준 기자
코스엔 300야드에 가까운 파 3홀도 있지만 드라이버를 치고 웨지를 잡아야 할 홀도 여러 개가 있다. 그래서 장타를 치는 세계 랭킹 상위 선수들이 아니라 정교하게 경기하는 의외의 우승자가 나올 수도 있다. 토머스와 쇼플리는 “날이 건조해져 그린이 단단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타 선수들이 유리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러프 길이는 5인치(12.7cm)로 잘랐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풀을 뜯어보니 20cm 가까운 것도 많았다. 코스에는 세미러프 같은 완충지대가 없다. 페어웨이 아니면 깊은 러프다. 드라이버를 정교하게 치고 3퍼트를 안 해야 우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피츠버그=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