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위원회 이미선 근로자위원이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대전,충청 지역 플랫폼 노동자들의 요구안을 이인재 위원장에게 전달하기에 앞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측은 10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도급제 등으로 임금이 결정되는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한 논의는 현재까지 제시된 실태 조사로는 진척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조사 후 결과를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 시 제출해 달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것으로, 최저임금과 관련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는 자리였다. 회의 결과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 여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저임금 협상 목록에 오르지 못했다.
‘확대 적용’ 논의는 노동계가 지난해 처음으로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제기한 안건이다. 당시에도 본격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고,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는 데 그쳤다. 올해 다시 이 이슈가 부각된 것은 최저임금이 이미 1만원을 넘어서면서 단순한 액수 인상보다는 적용 대상을 넓히는 방향으로 논의의 초점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차후 설사 적용이 된다 하더라도 배달라이더가 최저임금을 받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날 공익위원들이 권고문에서 “보다 근본적으로 노동계가 요청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종사자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노무 제공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와 방식에 대한 논의는 우리 위원회가 아닌 실질적 권한을 갖는 정부·국회·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별도의 기구에서 논의하기를 권유한다”고 밝힌 배경이다.
논의의 중심에 있는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은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해져 있는 경우로서 시간급 최저임금을 정하기가 적당하지 않으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말하는 ‘도급제’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의미한다. 도급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특수고용직은 여전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일부 근로자로 인정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해당된다는 의미다.
더 복잡한 문제는 배달라이더처럼 건별로 일하는 특성상 실제 근로 시간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시간당 표준 작업량을 도출해 이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준비시간과 업무에 소요되는 비용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표준 작업량을 정할지, 대기 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할지 등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다.
대표적으로 2023년 뉴욕시는 우버 운전기사와 배달라이더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 적합한 시간당 보수 산정 방식을 만들어 도입했는데 전기자전거의 연료비, 메디케어 등 각종 보험료를 포함한 복잡한 산식을 적용했다. 이에 제도를 구체화하고 시행하기까지 적지 않은 논란이 있어 약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날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고 장기 과제로 미뤄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논의 시점을 2027년 뒤로 미루긴 했지만 불씨는 남아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기간 노동계 질의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자성을 부여해(근로자 간주 규정)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법률 개정을 통해 근로자 정의 자체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 여기에 비록 대선 공약에선 빠졌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 등을 만나 ‘최소보수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노동계의 요구는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