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마에 있는 캐나다 순교자 성모 교회 정면에 설치된 루프니크 신부의 모자이크 작품. AP=연합뉴스
가톨릭 매체 크럭스는 9일(현지시간) 최근까지만 해도 바티칸뉴스에서 루프니크 신부의 작품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지난 주말에 사진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교황청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루프니크 신부는 1980년부터 2018년까지 30년 넘게 고향 슬로베니아와 이탈리아 로마에서 약 25명의 여성을 성적, 심리적, 영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이 수녀였다.
하지만 교황청은 공소시효를 이유로 그에게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가톨릭 교계 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자 프란치스코 전 교황은 2023년 1월 재조사를 지시하고 공소시효를 없앴다.
그로부터 2년이 훌쩍 지났지만 루프니크 신부 재판은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다.
예수회 출신의 루프니크 신부는 독특한 모자이크와 그림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예술가로서 전 세계 200여개 성당과 성지에 그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국립 성지, 스페인 마드리드 중심부의 알무데나 대성당, 프랑스 루르드 성모 발현지 로사리오 대성당, 교황청 사도궁 모자이크 그림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재판이 지연되는 사이, 그의 작품 철거를 두고 찬반 논쟁이 일었다. 피해자들을 비롯해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의장인 션 패트릭 오말리 추기경까지 나서서 작품 철거를 요구했다.
루프니크의 작품을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파올로 루피니 교황청 홍보부 장관은 “예술을 제거, 취소, 파괴하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루프니크 작품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는 사이 루프니크 작품은 대부분 제자리를 지켰다. 바티칸뉴스도 마찬가지였지만 지난 주말 사이에 갑자기 작품 사진이 모두 삭제됐다.
크럭스는 이에 대해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5일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위원들과 회동한 직후 벌어진 일이라며 새 교황의 지시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 교황청 관계자는 크럭스에 “루프니크 신부는 오랜 기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보호를 받았다”며 “새 교황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사 라우라 스크로는 “환영할만한 진전”이라며 “의뢰인들은 이 소식을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