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웨이트전에서 왼쪽 측면을 지배한 배준호(가운데). 연합뉴스
쿠웨이트전에서 맹활약한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배준호(21·스토크시티)에게 붙은 별명이다.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0차전에 선발 출전해 2개의 어시스트를 몰아쳤다. 한국은 4-0으로 크게 이겼다. 배준호는 후반 25분 교체될 때까지 70분간 왼쪽 측면 공격수로 뛰었다. 주장이자 간판 골잡이인 손흥민(33·토트넘)의 포지션이다. 손흥민은 이날 발 부상 여파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가 후반 30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배준호는 에이스의 자리에서 뛴다는 중압감을 이겨냈다. 주 무기인 순간 스피드와 화려한 드리블을 발휘해 상대 수비 라인을 여러 차례 무너뜨렸다. 한국이 1-0으로 앞선 후반 6분 '노룩 패스'로 이강인의 골을 도운 배준호는 3분 뒤엔 정확한 헤딩 패스로 오현규의 추가골을 도왔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도 만점 활약을 펼친 배준호를 바라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배준호가 이날 경기에 나서게 된 과정은 그의 활약상보다 더 극적이다. 당초 그는 이번 월드컵 예선 2연전(6일 이라크·10일 쿠웨이트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배준호의 소속팀이 참가하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이 지난달 3일 종료된 탓이다. 한 달여 공백기 탓에 배준호의 경기 감각이 떨어졌다고 봤다. 대신 배준호는 22세 이하(U-22) 대표팀에 소집됐다.
그러나 지난 6일 이라크와의 원정 9차전에서 2-0으로 이기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홍 감독은 이번 쿠웨이트전을 경쟁력 있는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는 무대로 삼기로 하고 배준호를 추가 발탁했다. 배준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이 손흥민의 뒤를 이을 차기 왼쪽 측면 공격수임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A매치 8경기에서 2골 4도움을 쌓은 배준호는 "선발로 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만큼 간절하게 뛰어야 되겠다. 좋은 폼을 유지하다 보면 월드컵에 나가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며 북중미월드컵 출전 의지를 불태웠다. 배준호는 대표팀 해산 후 휴가도 반납했다. 본가가 있는 대구로 가지 않고 전담 트레이너와 훈련장이 있는 서울에 남았다. 배준호측 관계자는 "젊은 선수지만, 재능보다 노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더 큰 선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