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첫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약 25분 간 끄엉 주석과 통화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통화에서 양국이 1992년 수교 이후 교역 투자, 인적 교류 등을 이어온 역사를 강조하며 “한·베트남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고속철도와 원전 등에서 전략적 협력을 확대 심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각별한 관심과 지원도 당부했다. 끄엉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베트남 방문을 초청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 5시부터는 약 15분 간 알바니지 총리와 통화를 갖고 양국 간 국방·방산, 청정에너지, 핵심광물 등 공급망 관련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 대통령은 통화에서 “한국과 호주 양국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서 그간 지역 및 국제사회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협력해 왔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또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두 정상과 ‘경제 협력’을 잇따라 강조했다. 한국은 베트남의 외국인직접투자(FDI) 1위 국가이며, 호주의 4대 교역국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는 26조원 규모의 원전 건설 사업을 계약한 체코의 페트르 피알라 총리와 통화를 갖고 양국 간 경제 협력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틀 만인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통화를 시작으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10일)과 연이어 통화했다. 이를 통해 전통 우방인 한·미 동맹과 한·미·일 연대를 재확인하고, 윤석열 정부 당시 경색됐던 중국과도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전 정부와 비교해 균형을 중시한 외교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 당선 직후 미국·일본·영국·호주·인도 정상 순으로 통화했다.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개국 협의체) 등 미국 중심의 안보 공동체를 기반으로 대중 견제 의도를 비친 것이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당선 이후 미국에 이어 중국 정상과 통화하며 친중 외교에 무게를 뒀다.
이 대통령이 ‘4강 외교’의 마침표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 통화를 언제 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당장은 통화가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데다, 북·러 간 군사 밀착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가능성에 대해 “아직 계획된 바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앤소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와 취임 후 첫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