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동아시아연구원(EAI) 공동 기획, 어떻게 조사했나
6월 4~5일, 전국 성인남녀 1509명 웹조사(95% 신뢰 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2.5%p). 2024년 8월 26~28일, 전국 성인남녀 1006명 웹조사·2021년 8월 26일~9월 11일, 전국 성인남녀 1012명 심층 대면 면접조사(모두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3.1%p). EAI가 (주)한국리서치에 의뢰.
20대 대선 직전인 지난 2021년 실시한 여론조사(2021년 8월 26일~9월 11일, 전국 성인남녀 1012명 대면면접조사,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3.1%p)에서는 같은 질문에 역사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응답자가 40.7%로 미래지향적 협력이 우선이라는 응답(35.3%)보다 많았는데, 이번에는 순위가 뒤집힌 것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념 성향 별로 보면 진보층만 역사 문제 해결을 더 우선에 놨다.(역사 문제 44.9% vs 협력 37.3%) 보수에서는 과반인 59.4%가 협력을 택했고, 중도층도 협력에 방점(역사 문제 30.8% vs 협력 50.6%)을 찍었다.
또 “역사문제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은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은 지난해 8월 공동 기획조사(전국 성인남녀 1006명 웹조사,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3.1%p) 때 42.1%에서 올해 40.4%로 소폭 줄었다. 반면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만들어가면 역사 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라는 응답은 같은 기간 32.4%에서 38.3%로 늘었다.

차준홍 기자
이는 한국이 당면한 최대 위협 요인 1위가 “미·중 전략 경쟁”(지난해 42.5%→올해 64.9%), 2위가 “보호무역 확산 및 첨단기술 경쟁”(지난해 39.7%→올해 59.8%)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중 간 갈등으로 인한 피해를 체감하는 수준이 되자 일본을 파트너 삼아 함께 대응하기를 바라는 셈이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 과거사를 언급하지 않은 채 “오늘날의 전략적 환경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중대되고 있다”고 했는데, 여론의 문제의식과 일치하는 측면이 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 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약 10개월 사이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한 것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일본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한 응답자가 41.8%였는데, 올해 조사에서는 같은 응답이 63.3%까지 상승했다. 이는 “일본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30.6%)의 두 배 이상 되는 수치다. EAI가 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후 대일 호감도가 비호감도를 앞서는 ‘골든 크로스’를 달성한 건 처음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신뢰도 역시 지난해 33.1%에서 올해 41.2%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73.2%에서 68.4%로 떨어지고(불신은 18.2%→28.6%), 중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6.7%에서 69.5%로 늘었는데, 대일 신뢰도만 높아진 것이다.

차준홍 기자
이런 기류는 국가 정상에 대한 호감도에도 반영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호감도는 각기 19.6%, 18.2%였는데, 이시바 총리에 대해선 35.9%가 호감을 표했다. 이는 역대 일본 총리 중 최고 호감도다.

차준홍 기자
대일 인식 변화는 이밖에도 다양한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에 군사적으로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국가를 묻자 일본을 꼽은 응답자는 30.1%였다. 지난해 37.7%에서 7.6%p 줄었다. “일본과의 경제관계가 특히 중요하다”는 응답은 지난해 48.9%에서 올해 53.6%로 늘었다.
여기엔 양국 간 인적 교류가 갈수록 활발해지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60.8%)가 없다는 응답(39.2%)을 처음 넘어섰는데, 올해도 66.3%가 일본에 가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없다 33.7%) 이 중 최근 5년 간 일본을 방문한 횟수가 2~4회라는 응답은 38.4%, 5회 이상이라는 응답은 9.2%를 차지했다.
일본에 좋은 인상을 갖게 된 이유로 가장 많은 48.6%가 “친절하고 성실한 국민성”을, 뒤이어 31.2%가 “매력적 식문화와 쇼핑”을 꼽은 건 일본 방문 경험이 호감도로 이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새 정부의 외교관계 전망을 묻자 “한·일 관계가 윤석열 정부 때보다 나빠질 것”으로 본 응답자는 41.5%로 “좋아질 것”(31.9%)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정부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중 한·일 관계가 크게 나빠졌던 점 등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대일 정책 수립에서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