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생존자 심혈관질환 위험, 코로나 전후 달라져…배경엔 '거리두기'

코로나19 재확산이 나타났던 지난해 8월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마스크 착용 권고 안내배너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재확산이 나타났던 지난해 8월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마스크 착용 권고 안내배너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암 생존자의 심근경색·뇌졸중 발병 위험이 코로나19 유행을 전후로 달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 배경엔 초미세먼지(PM 2.5)와의 '거리두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를 통틀어 나온 첫 연구로, 면역력이 취약한 암 환자가 평소 마스크 착용 등만 잘해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13일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이혁종 서울대 의생명과학과 연구원 팀은 암 환자 3만9581명(건강보험공단 데이터)을 살펴본 내용을 공개했다. 2009~2018년 암 진단받고 3년 이상 생존한 사람 중에서 2015년 이후 심혈관질환이 새로 발생한 환자를 따로 추리는 식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코로나19 유행 이전엔 대기 중 초미세먼지가 많아질수록 암 생존자의 심혈관질환 발병 가능성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평균 농도가 10μg/m³ 증가할 때마다 전반적인 심혈관질환 위험이 약 3% 상승했다. 특히 초미세먼지 노출 정도에 따라 심근경색 위험은 10%, 허혈성 뇌졸중은 11%까지 각각 늘어났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이런 공식이 깨졌다. 이해 3월부터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후엔 초미세먼지 농도와 심혈관질환 발생의 연관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을 정도로 사라졌다. 대기 중에 초미세먼지가 많아도 암 생존자의 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이 커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날,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다. 연합뉴스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날,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다. 연합뉴스

이는 거리두기로 인한 마스크 착용과 재택근무, 외출 자제 등으로 실제 대기오염 노출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한 팬데믹 당시 전 세계적인 공장 가동 하락, 교통량 감소 등으로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미세먼지를 흡입하면 장내 미생물군 변화, 폐 염증, 전신 염증 반응 증가가 나타나고 부정맥을 비롯한 심혈관질환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호흡기를 위협하는 코로나 팬데믹이 면역이 취약한 암 생존자들에겐 오히려 초미세먼지와 멀어지고, 추가 발병 위험도 낮추는 '긍정적' 요인이 된 셈이다.

이번 논문은 환경보건 분야 국제학술지 '대기오염 연구'(Atmospheric Pollution Research) 최근호에 실렸다. 신현영 교수는 "감염병 유행 같은 사회적 환경 변화가 암 생존자의 외부 유해물질 노출과 건강 영향을 줄여줄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박상민 교수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암 생존자가 외출 자제·마스크 착용 등을 실천하면 심혈관질환 예방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