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해군 구축함 진수기념식이 6월 12일에 나진조선소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커다란 교훈 얻어…해마다 두 척 취역"
구축함은 '강건호'로 명명됐다. 강건은 김일성의 빨치산 동지로, 북한의 초대 인민군 총참모장을 지낸 인물이다.
앞서 강건호는 지난달 21일 청진조선소에서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측면 진수 도중 균형을 잃고 쓰러져 선미가 바다에 완전히 침수됐다. 당시 격노한 김정은은 이날 진수식에서도 "예상치 못한 황당한 사고로 당황실색했다"며 "국가의 존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추락시킨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적 행위"였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날은 "어떤 의미에서는 필요한 과정을 경과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참으로 커다란 교훈을 축적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이날 해군력 강화 의지도 재확인했다. "우리는 계속하여 이와 동일한 급 또는 그 이상급의 구축함들을 매해 두 척씩 무어(묶어) 해군에 취역시키게 된다"면서다. 조선·방산 강국인 한국도 구축함 한 척을 짓는 데 2~3년이 걸리는데 북한은 이를 해마다 두 척씩 취역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이는 해군력 강화에 대한 김정은의 집착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정은은 또 "머지않아 태평양상에는 침략의 전초기지, 모항들에로 향한 우리 전함들의 항로들이 개설될 것이며 우리 동서함대들의 항해일지에는 적수국들의 주요항들과 해역명들이 기록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정은이 언급한 '침략의 전초기지'는 진해 등 한국의 군항이나 미 제7함대사령부인 일본 요코스카항, 괌 미군기지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해군 구축함 진수기념식이 6월 12일에 나진조선소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美 겨냥하며 韓 언급 자제
김정은이 거론한 '추종국가'는 한국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을 명시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다. 지난 4월 25일 북한의 첫 번째 5000t급 신형 구축함인 최현호를 진수할 때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9차례 거론했던 것과 대조된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변화된 한반도와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메시지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북한도 대남 방송 중단으로 즉각 호응하는 등 새 정부의 대북 유화책에 힘을 실어주려는 기조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장비 침수 가능성…추가 수리 필요"
통일부는 이날 "선체가 직립해서 청진에서 나진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선체 변형이나 파공같은 심각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주요 장비가 침수·손상됐을 시 원상 복구에 장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형상 결함은 확인되지 않으나 정상 기능 수행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다.
이어 통일부는 "해상에서 접안된 상태로 진행된 최현호 진수식과 달리 (강건호는) 드라이 독(Dry dock) 안에서 진수식을 진행한 것으로 볼 때 상당한 수리가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정상 복구'를 주장하기 위해 진수식 직후 함무장 실사격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최현호는 진수된 지 사흘만인 4월 28일부터 이틀 동안 첫 무장시험사격을 실시했다.

12일 북한 구축함 '강건호'의 진수식 위성사진. 통일부
"자력 항해 못 하고 예인선 끌고 와"
이와 관련, 이춘근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엔진, 전자·화력통제 장비 등이 침수됐고, 바닷물에 노출되면 부식이 빠르게 진행된다”며 “이미 큰 충격을 받은 함정이라 정밀 작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은 진수 후 약 1년간 시험을 거치지만 북한은 이를 무리하게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장비는 여전히 복구되지 않은 모습이라는 지적도 있다. 군사전문 기자 출신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최현호에는 북한판 대함 스파이크 미사일이 있는데 강건호에선 보이지 않는다"며 "대함 미사일 발사대 등이 파손돼 일부 장비를 미탑재한 상태에서 진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군사전문기자 출신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12일 북한이 공개한 강건호와 관련해 ″진수식 사고에 따라 대함 미사일 발사대 등이 파손돼 일부 장비를 미탑재한 상태에서 진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만 급조 복구한 뒤 진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유용원 의원실
김정은 "순직 마음 아파" 직접 위로
이날 진수식에는 김정은의 딸 주애도 참석했다. 또 공개된 사진을 통해 해군 사령관이 김명식에서 박광섭 상장으로 교체된 사실이 확인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진수식에 김명식과 박정천(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사고 책임을 물어 문책성 경질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12일 강건호 진수식에 참석한 모습. 노동신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