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습에 나서는 등 중동 위기가 격화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0.87%(25.41포인트) 하락한 2894.62에 장을 마쳤다. 8거래일 만의 하락세다. 기관이 61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개인 투자자가 4600억원, 외국인이 1200억원가량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지수는 낙폭이 더 컸다. 전날보다 2.61% 내리며 768.86에 마감했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 닛케이지수(-0.89%)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나란히 하락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나스닥(-1.4%) 등 미국의 지수 선물도 일제히 하락세를 그렸다.
증시에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한 것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다.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핵시설을 포함한 이란 내 표적 수십 곳에 선제타격을 단행했다. 목표물은 핵시설과 핵 과학자, 군 수뇌부 등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관련한 뉴스가 부각되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의 변동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에선 삼성전자(-2.02%), LG에너지솔루션(-2.63%), 현대차(-1.24%) 등이 대부분이 하락했다. 반면 방산주와 에너지주 주가는 크게 들썩였다. 중동 위기가 심화하면 수혜를 받을 거란 기대에서다. 풍산(22.15%), LIG넥스원(14.35%), 빅텍(12.08%) 등 주요 방산주와 한국석유(30%), 흥구석유(29.97%) 등 에너지주가 급등했다. 해상 운임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에 흥아해운(29.79%) 같은 해운주도 동반 상승했다.
최근 국내 증시는 계속된 상승세로 주가 부담이 커진 상태였다. 코스피는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7거래일간 8.24% 올랐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 위협 우려가 남아있는 데다 중동 리스크까지 복병으로 등장하면서 증시가 단기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학습이 충분히 돼 있고, 이란과 이스라엘 갈등이 새로운 사안이 아닌 만큼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진 않지만,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이라 조정의 빌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전면전으로의 확전 여부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갈등의 파급력이 커질지 당분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