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초대 민정수석에 임명됐던 오광수 변호사가 13일 끝내 물러났다. 사진은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급 인선 발표 브리핑에 참석한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 등을 지낸 특수부 검사 출신인 오 수석은 임명 전부터 범여권의 반발에 휩싸였다. “특수통 검사는 친정인 검찰을 개혁할 수 없다”는 게 비판의 근거였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6일 “오광수 민정수석은 안 된다. 어느 순간 검찰은 개가 주인을 무는 짓을 반복할 것”이라고 비판했고, 검사 출신인 같은 당 박은정 의원도 “친(親)윤석열 검찰이 환호할 인사”라고 반대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인사는 신중해야지 세평만 보고 솔깃한 정보를 믿으면 안 된다”(추미애 의원)는 반발이 나왔다.
여권 강경파의 반발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이 대통령은 자신의 사법연수원 동기(18기)인 오 수석을 임명했다.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사”(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라는 이유에서였다. ‘검찰 출신은 안 된다’는 당내 반발에 대통령실 참모들은 “칼에는 칼로, 창에는 창으로 맞서야 한다”는 논리로 설득전을 벌였다. 그러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민정수석이 검찰 내부 생리를 잘 모르면 검찰총장 등의 조직적 움직임에 둔감해지고 개혁이 힘들 수 있다”(이언주 최고위원)는 옹호론이 나왔다.
하지만 오 수석의 과거 재산 관련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 9일 오 수석이 과거 친구를 통해 아내의 부동산을 차명으로 관리하고 이를 공직자 재산등록에 누락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오 수석은 “부끄럽고 송구할 뿐이고 거듭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대통령실은 “본인이 입장을 밝힌 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런 상황에서 오 수석이 부장 검사 시절에도 차명으로 대출 받았다는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자, 12일 밤 오 수석이 먼저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수원지법 대북송금재판 관련 현안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250613
민주당에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이 대통령이 오 수석의 사의를 수용한 데 대해 대체로 “적절한 형식과 시기”라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대통령께서 G7 순방을 떠나기 전에 스스로 결자해지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오 수석의 사의도) 논란이 커지기 전에 새 정부에 부담을 드리지 않으려는 취지 아니겠냐”고 말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에게는 강한 도덕적 권위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며 “오 수석의 사의 표명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오 수석 낙마가 추가 인사 실패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이 잇따라 낙마했던 전철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추가 인사 논란이 불거지면 향후 장관 청문회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검증 실패는 이걸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