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에서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맡고 있는 션 오닐 동아태국 고위관리가 13일 한국을 찾아 외교부 고위당국자들과 회동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데뷔 무대가 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간 통상·안보 등 현안 조율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오닐 고위관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며 취재진과 만나 "한·미는 여러 행정부를 거치며 협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트럼프 행정부와 이재명 정부에서도 이는 분명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 동맹은 인도태평양 안보의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전엔 북핵 문제와 외교 정보 사안을 총괄하는 조구래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을, 오후엔 통상 문제와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김희상 경제외교조정관과 만났다. 이재명 정부와 다루게 될 현안 중 미국이 주목하는 우선순위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날 외교부는 조 본부장과 오닐 고위관리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긴밀한 정책 공조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조 본부장은 오닐 고위관리에게 "우리 새 정부 출범 이후 방한한 첫 미국 고위급 외교당국자로서 방한을 환영한다"며 "정부는 한·미 동맹에 기반한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과의 긴장 완화, 신뢰 구축을 통해 대화의 문을 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진 김 조정관과 만남에서 오닐 고위관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관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매우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동맹이 공동의 민주적 가치, 깊은 경제·사회적 유대, 긴밀한 안보 파트너십에 기반하고 있다"며 "조선, 경제안보, 상호 투자 확대 등 제반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자”고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또 김 조정관과 오닐 고위관리는 관세 협상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을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특히 이날 방한은 시점상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약 이틀 앞두고 이뤄졌다.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대면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한·미 실무진 간에 주요 현안에 대한 사전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미 정상은 지난 6일 첫 통화에서 관세 협의와 관련해 조속한 합의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날 회동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압박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 재개를 추진하고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며 유화 메시지를 보내는 가운데 한·미 간 대북 정책 조율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 전달을 수차례 시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오닐 고위관리는 지난 10~11일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관련 회의에 참석한 뒤 이날 방한했다. 그는 지난 4월 베트남, 캄보디아, 일본을 순방하면서 대통령 탄핵 후 대선 국면이었던 한국은 동선에서 제외했다.

한편 지난 3월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지명된 마이클 디섬브레 전 주태국 미국 대사는 아직 상원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