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다룰 사람은 나"…정계 복귀 시동 건 前우크라 대통령

2017년 6월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의 타원형 사무실에서 당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2017년 6월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의 타원형 사무실에서 당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페트로 포로셴코(60)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계 복귀를 노리고 있다고 최근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그는 지난 8일(현지시간) 공개된 WP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년 넘게 협력한 경험이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트럼프를 다룰 줄 아는 건 나뿐”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그의 사무실엔 트럼프와의 인연을 보여주는 기념품과 사진,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이 서명한 ‘크림반도 선언문’ 등 과거 업적들이 걸려 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집권한 그는 현재 제1 야당인 ‘유럽연대’를 이끌고 있다. 

지난 2017년 워싱턴에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동한 사진이 키이우의 유럽연대당 사무실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 모서리에는 트럼프 2024 선거 캠프 모자가 걸려 있다. 사진 WP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17년 워싱턴에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동한 사진이 키이우의 유럽연대당 사무실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 모서리에는 트럼프 2024 선거 캠프 모자가 걸려 있다. 사진 WP 홈페이지 캡처

그는 “트럼프는 직관적인 리더다. 국무부나 국방부의 브리핑 없이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그 성향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며 “미국과의 외교전을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이며, 내가 미국에 가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우크라이나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WP는 “포로셴코가 변덕스러운 미국 대통령을 상대할 적임자로 입지를 재건하려 한다”고 짚었다. 백악관에서 트럼프에게 면박 당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행보라면서다. 이와 관련,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젤렌스키의 백악관 방문 이후 트럼프 측이 포로셴코 진영 인사들과 접촉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치권은 지금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다음 정국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전시 계엄령으로 지난해 3월 대선은 무기한 연기됐지만, 휴전이나 종전 직후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 


반역 혐의를 받는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키이우 공항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반역 혐의를 받는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키이우 공항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포로셴코는 반(反)젤렌스키 진영의 중심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에게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출국 금지와 계좌 동결 조치를 했지만, 그는 “정치적 탄압”이라며 반발 중이다.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최대 민간 기부자이기도 한 그는 “내 계좌가 막히면 전선의 군 지원도 끊긴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현지 정치분석가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WP에 “(정부의) 제재 이후 포로셴코와 유럽연대의 지지율이 상승했고, 언론 노출도 많아졌다”며 “젤렌스키 측의 정치적 실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그가 실제 대선 후보로 나서기보다는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한다. 야권의 유력 후보로는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자 현 주영국 대사인 발레리 잘루즈니가 주로 거론된다. 잘루즈니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러시아군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고 일부 영토를 되찾으면서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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