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톰 브래들리 국제선 터미널에서 한 시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여행 금지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를 36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19개국의 미국 입국을 전면 또는 부분 제한하는 포고령에 서명한 바 있다.
WP가 입수한 국무부 내부문건에 따르면 36개국이 국무부가 정한 입국에 필요한 새로운 기준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비자가 만료됐는데도 계속 미국에 체류하는 국민이 많아 문제가 됐다. 또 개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문건을 제출하지 못하는 국가도 입국 제한 목록에 포함됐다. 해당 국가에 일정 기간 거주해야 한다는 요건 없이 투자만 하면 시민권을 주는 국가, 미국에서 반유대주의 및 반미 활동을 하는 국민이 있는 국가도 문제 삼았다.
반면 특정 국가가 미국에서 추방된 제3국 국민을 수용할 의사가 있을 경우 이런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는 언급도 있다.
문건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의 서명을 거쳐 대상 국가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들에게 이날 발송됐다. 국무부는 해당 국가들에 60일 내로 국무부의 기준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통보하고, 이를 위한 계획을 오는 18일 오전 8시까지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36개국은 앙골라, 앤티가바부다, 베냉, 부탄, 부르키나파소, 카보베르데, 캄보디아,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콩고민주공화국, 지부티, 도미니카, 에티오피아, 이집트, 가봉, 감비아, 가나, 키르기스스탄, 라이베리아, 말라위, 모리타니, 니제르, 나이지리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상투메프린시페, 세네갈, 남수단, 시리아, 탄자니아, 통가, 투발루, 우간다, 바누아투, 잠비아, 짐바브웨 등이다. 아프리카 국가가 다수이며 카리브해, 중앙아시아, 태평양 섬나라 국가도 있다.
WP는 입국 제한국 확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이민 통제 정책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8일(현지시간) 여행객들이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의 국제선 도착 구역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지난 9일부터 이란, 예멘,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차드, 콩고공화국, 적도기니, 에리트레아, 아이티,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등 12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이 금지됐다. 부룬디, 쿠바, 라오스, 시에라리온, 토고, 투르크메니스탄, 베네수엘라 등 7개국은 미국 입국이 부분적으로 제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한 지난 4일 백악관은 “미국을 위험한 외국인으로부터 지키겠다는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반면 민주당을 비롯해 행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이들은 특정 국가 국민의 입국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은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