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의 안타가 이정후 앞에 떨어졌다…두 친구의 아주 특별한 맞대결

김혜성(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타구가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눈앞에 떨어졌다. 중전 적시타. 8년 전 같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두 친구가 메이저리그(MLB) 그라운드 한복판에서 그렇게 다시 만났다.  

15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전에 앞서 밝은 표정으로 훈련하는 김혜성. 로이터=연합뉴스

15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전에 앞서 밝은 표정으로 훈련하는 김혜성. 로이터=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올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을 펼쳤다. MLB닷컴은 지난 14일 막을 올린 두 팀의 시즌 첫 3연전에 앞서 "이번 시리즈는 이달 빅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로 꼽힌다"며 "특히 절친한 친구인 이정후와 김혜성에게는 더 큰 의미를 지닌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는 유서 깊은 라이벌 관계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뉴욕 양키스-보스턴 레드삭스와 함께 MLB의 양대 '숙적'으로 꼽힌다. 심지어 올 시즌엔 두 팀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다투고 있다. 이 경기 전까지 나란히 41승 29패로 공동 1위를 이뤘다.  

이정후와 김혜성의 인연은 더 남다르다. 둘은 2017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에 나란히 입단해 7년간 함께 뛰었다. 그해 넥센의 1차 지명이 이정후, 2차 1라운드 지명이 김혜성이었다.  

15일(한국시간) 다저스전에서 아쉬워하는 이정후. AP=연합뉴스

15일(한국시간) 다저스전에서 아쉬워하는 이정후. AP=연합뉴스

걸어온 길은 조금 달랐다. 이정후는 2017년 신인왕에 오르고 2022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는 등 일찌감치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2023년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에 사인하면서 성공시대를 열었다. 2년 차가 된 올 시즌엔 팀의 간판타자로 입지를 굳혔다.  


김혜성은 데뷔 후 차근차근 기량을 다져 2021년 KBO리그 정상급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그 후 팀 선배였던 김하성(탬파베이 레이스)과 친구 이정후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MLB 진출 꿈을 키웠다. 결국 이정후보다 1년 늦은 지난해 12월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올 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했지만, 지난달 빅리그에 올라온 뒤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김혜성에게 이정후는 친구 이상의 존재다. 그에게 MLB라는 원대한 꿈을 심어준 길잡이이자 닮고 싶은 롤 모델이다. 이정후에게 김혜성은 자랑스러운 동료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김혜성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  

이정후와 김혜성의 빅리그 첫 맞대결을 주목한 MLB닷컴. 사진 MLB닷컴 캡처

이정후와 김혜성의 빅리그 첫 맞대결을 주목한 MLB닷컴. 사진 MLB닷컴 캡처

둘은 3연전 첫날(14일)엔 맞붙지 못했다. 이정후는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볼넷 하나를 골랐지만, 김혜성은 결장했다. 대신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만나 반가운 포옹을 나눴다. 경기는 샌프란시스코가 6-2로 이겼다. 둘째 날인 이날 마침내 둘 다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1번 타자 중견수, 김혜성이 다저스 9번 타자 2루수로 나섰다.  

첫 공식 맞대결에선 일단 김혜성이 웃었다. 김혜성은 이정후 앞에 떨어지는 중전 적시타를 포함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0.382가 됐다. 이정후는 2경기 연속 안타를 치지 못하고 볼넷만 하나 골랐다. 타율은 0.266으로 조금 더 낮아졌다.  

경기도 다저스가 11-5로 이겼다. 간판타자 오타니 쇼헤이의 홈런 두 방을 앞세워 단독 1위 자리를 되찾았다. 1승 1패씩 주고받은 두 팀은 16일 3연전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MLB닷컴은 "이정후와 김혜성이 더 성장하면, 두 팀의 대결도 앞으로 훨씬 더 흥미로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