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하청업체 근로자 고(故) 김충현씨 사망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과 노동부가 16일 원청과 하청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태안화력 고 김충현 사망사고 발전비정규직연대 입장 및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영훈 한전KPS비정규직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와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충남 태안 소재 한국서부발전㈜ 본사와 전남 나주에 있는 한전KPS 본사, 김씨의 소속회사인 한국파워O&M 사무실, 사고 현장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지난 2일 김충현씨가 숨진 지 14일 만이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압수수색 5시간 만인 오후 3시 브리핑을 갖고 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이날 압수수색에서 경찰 등은 한전KPS가 김씨에게 작업을 지시한 정황이 담긴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경찰청 김상훈 형사기동대장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직·간접적, 또는 실질적 작업 지시 정황을 확인했다”며 “압수물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분석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전KPS는 ‘(숨진) 김충현씨가 임의로 작업했다’는 내용의 입장을 내고 책임을 부인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사업 발주처인 한국서부발전. 1차 하청업체인 한전KPS, 2차 하청업체 한국파워O&M 간 계약 관계를 비롯해 김씨의 근로계약을 증명할 수 있는 계약서, 근로 현장 안전 지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 등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숨진 김씨가 일하던 과정에서 한국서부발전과 한전KPS의 작업지시가 있었는지, 2인 1조 작업 여부, 끼임 방지를 위한 방호장치의 설치 여부 등 법 위반 사실을 밝히기 위한 증거자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대책위)는 김씨가 작업했던 공작물이 쓰이는 설비 사진을 10일 최초 공개했다. 연합뉴스
이번 사망사고와 관련해 80여 명의 수사관을 투입한 경찰과 노동부는 업무상 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중점을 두고 수사 중이다. 이날 안전관리 책임이 있는 원청·하청업체 관계자를 입건한 경찰과 노동부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김씨의 소속 회사는 물론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1차 하청업체인 한전KPS 고위 관계자까지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김충현씨는 지난 2일 오후 2시30분쯤 태안화력발전소 내 공작실에서 혼자 작업하다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13일 김씨 사인에 대해 ‘머리와 팔, 갈비뼈 등 다발성 골절로 인한 사망’이라는 구두 소견을 내놨다. 정밀 부검 결과는 추후 나올 예정이다.
충남경찰청 김상훈 형사기동대장이 16일 요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앞애서 압수 수색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김충현씨에 대한 발인이 사고 발생 16일 만인 18일 오전 8시 치러질 예정이다. 이후 오전 9시30분 고인이 일하던 태안화력발전소 정문 앞에서 영결식이 이어지고 고(故) 김용균 노동자 동상 옆에 김충현씨를 기리는 나무를 심는다.
김충현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정부가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 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며 19일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노숙 농성에 돌입할 계획이다.
신진호·김연주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