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만 치솟는 '집플레이션'..."이재명 부동산 대책 첫 시험대"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뉴스1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뉴스1

서울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금 아니면 늦다’는 불안 심리가 확산하며 ‘패닉 바잉’ 조짐도 나타난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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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값은 전달 대비 0.54% 올랐다. 지난 3월(0.8%)에는 못 미쳤지만, 전달(0.33%)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전월보다 상승했다. 6월 들어선 상승 폭이 더 커지고 있다. 이달 둘째 주까지 누적 상승률은 0.45%다.  

거래량도 폭발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010건을 기록했다. 보름가량 남은 실거래 신고 기한을 고려하면 9000건 돌파가 유력하다. 7월 시행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막차 수요’를 고려하면 1만 건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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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던 곳이 더 오르며 서울 내 집값 격차는 더 벌어졌다. 아파트를 포함한 5월 주택매매지수를 보면, 서초구는 전달 대비 0.95%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음은 송파구(0.92%), 강남구(0.84%), 양천구(0.66%) 순이었다. 반면, 도봉구(0.02%), 강북구(0.03%), 노원구(0.05%) 등지는 상승폭이 작았다.  

물론 서울 집값이 다 오른 것은 아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5~6월 실거래 신고된 서울 아파트(8657건) 중 상승 거래는 49.1%(4257건)였다. 보합(1428건)은 16.7%, 하락(2882건)은 33.2%다. 지난 1~4월(상승 48.4%, 하락 33.8%)보단 상승 거래 비중이 소폭 늘었다. 다만 지난 한달 간 강남구와 서초·용산구 등의 상승 거래 비중은 63~70%에 달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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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가 문제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공급 부족 우려가 겹치며 집값 상승세가 강남권과 한강벨트를 넘어 서울 외곽으로 번지고 있어서다. 경기 둔화는 이어지는 데 집값만 오르는 이른바 ‘하우스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뚜렷하다. 정부 긴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불안 심리가 팽배하면 집값은 경제 펀더멘털을 이탈해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며 “정부가 나서 시장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 급등에 과잉 규제로 대처하면 문재인 정부 때와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시장에선 이재명 정부가 ‘세제 중과’보다는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카드를 먼저 꺼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금융권 대출 총량·한도를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3단계 DSR이 시행되면 금리 인하 효과가 상쇄되며 단기적 거래 위축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과열이 이어질 경우 정부가 규제지역 등 지역별 핀셋 지정과 세제 규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