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스24 캡처
돈 내고 산 디지털 콘텐트, 내 소유 재산일까. 아니면 헬스장 이용권처럼, 특정 기간만 쓸 수 있는 권리일까.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 예스24 해킹 사태로 디지털 콘텐트 정체성 논쟁이 다시 점화했다. 판매자가 사고든 고의든 서비스를 멈추면 일방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나오는데, 이에 대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슨 일이야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피해 보상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 전자책 이용자 대부분은 전자책을 ‘구입했다’고 여긴다. 하지만 예스24는 대여해주는 이용권으로 간주한다. 16일 예스24는 피해 대책을 발표했지만, 전자책 소장권을 구매한 이들에 대한 구제 방안은 빠져 있다. 전자책 대여 이용자에게만 기간을 5일 연장해주는 데 그쳤다. 예스24 관계자는 "(우리는) 애초에 이용 약관에서 전자책 구매를 대여 서비스로 간주하고 있다"며 "소장권 고객 보상안은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게 왜 중요해

김주원 기자
디지털 콘텐트 이용이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콘텐트진흥원이 2022년 디지털 콘텐트 관련 피해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피해 유형 중 ‘콘텐트 제공 중단에 대한 피해’가 24.2%로 가장 많았다. 관련 규정 역시 미비하다. 콘텐트산업진흥법에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라고 명시돼 있지만, 구속력 없는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게임의 경우엔 법 상 이용자 권리를 인정받기가 더 어렵다. 사행성 조장을 이유로 ‘소유권’ 자체를 전면 부정하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진흥법 28조에 따라 게임 내 모든 권리는 개발사에 귀속된다. 계정을 상속할 수도 없다. 지난해 한 유족의 사연을 접한 게임사 스마일게이트가 고인 명의의 ‘로스트아크’ 계정을 이전해 준 사례가 있지만, 극히 예외적인 일이었다. 이철우 법무법인 문화 변호사는 “디지털 콘텐트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은 탓에 우회로만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는?
해외에선 관련 규정 마련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9월 게임·음원·전자책 등 디지털 콘텐트 플랫폼에 ‘구매’ 표기를 금지하는 법안(디지털 상품 구매법)을 제정했다. 또 유럽연합(EU)에선 2019년 디지털 콘텐트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디지털 콘텐트 지침’을 제정했다. 디지털 콘텐트 구매자 소유권을 인정하고,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걸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백지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국내에서도) 적어도 이용자들이 어떤 계약을 맺는지 고지해주고, 디지털 콘텐트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