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불안 심리에 서울 집값 상승세, 수도권 공급안 나와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가공식품, 주거비 등 생활물가 평가와 향후 주요물가 동인 점검'을 주제로 열린 2025 상반기 물가 설명회에 참석해 물가 상승 요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가공식품, 주거비 등 생활물가 평가와 향후 주요물가 동인 점검'을 주제로 열린 2025 상반기 물가 설명회에 참석해 물가 상승 요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와 관련해 “공급 불안이 큰 게 원인인 만큼 구체적으로 수도권 주택 공급안이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8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수도권 집값 상승은 현재 금리 인하 추세인 데다 향후 몇 년간 주택 공급이 부족할 거라는 여러 기대가 작용하기 때문이고, 이러한 기대를 처음에 잘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한편 비수도권 지역 집값은 과거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 젊은층 인구 유출 심화로 계속 하락세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주택가격 양극화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서울과 전국 간 집값 상승률 격차는 69.4%포인트로 주요 7개국 중 1위였다. 그만큼 서울 집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올랐다는 의미다. 해당 기간 서울 집값이 112.3% 오를 때 전국 평균 집값 상승률은 42.9%에 그쳤다. 이 총재는 “교육(개혁), 거점도시 등을 통해 젊은층의 수도권 유입률을 어떻게 낮출지에 대한 근본적 고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찮은 부동산 상황 때문에 금리 인하 시기가 뒤로 밀리거나 인하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총재는 “경기 상황을 보고 금리를 결정하겠지만, 과도하게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기대 심리를 증폭시키는 잘못을 범하면 안 된다”며 “금리 인하 시기에 있지만, 언제 어느 정도 내릴지는 가계부채ㆍ주택시장ㆍ외환시장 상황을 보면서 결정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전 국민에게 민생지원금을 주는 방식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이 총재는 ‘보편지원’보다 ‘선별지원’이 바람직하다는 소신을 재차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보편지원보다 선택적 지원이 재정 효율성으로 볼 때 어려운 자영업자나 영세 사업자를 돕는 데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이 추진하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에 대해 “전 국민에 지원금을 주면 잘 되는 자영업자만 더 잘 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어려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고, 전 국민 지원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현재 물가 상황에 대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수준으로 안정됐지만 ‘물가 안정’이라고 하면 화내는 분들이 많다”며 “그만큼 생활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했다. 생활물가란 저소득층 지출 비중이 높은 필수재 중심의 물가 지표를 말한다. 한은에 따르면 2020년 12월 팬데믹 이후 지난 5월까지 소비자물가는 15.9% 상승했고, 생활물가는 19.1%로 더 크게 올랐다. 식료품 물가 누적 상승률은 22.9%로 더 뛰었다. 5월 기준 가공식품 상승률과 외식 포함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률은 각각 4.1%, 3.2%로 소비자물가 상승률(1.9%)을 훨씬 웃돌았다.  

체감물가 상승은 소비를 짓누르는 주된 요인이다. 한은 연구진은 “최근 가공식품 등 필수 소비재 가격 인상은 지난해 이후 누적된 수입 원자재가격, 환율 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 부분의 영향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생활물가 등 필수재 중심의 물가가 상승하면서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소비지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책 대안으로는 “규제 및 진입장벽 완화 등을 통해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는 한편, 원재료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특정 품목의 충격이 여타 품목으로 확산하는 정도를 완화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할당 관세 등을 통해 농산물 등 수입원재료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방안이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