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일 대비 44.10포인트(1.48%) 상승한 3021.84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3000선을 넘긴 건 지난 2021년 12월 28일 이후 3년 6개월여 만이다. 뉴스1
2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48%(44.1포인트) 오른 3021.84로 장을 마쳤다. 이날 한때는 3022.06까지 오르기도 했다. 코스피(종가 기준)가 3000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21년 12월 28일(3020.24)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2472조원으로 불어나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달 코스피 상승률(12%)은 주요 20국(G20)의 대표 주가지수 중 1위다.
개인 투자자는 차익을 노리고 5900억 원어치 주식을 팔았지만,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가 각각 5500억원, 370억원가량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4.47%)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종목 대부분이 올랐다. 코스닥 지수도 1.15% 상승한 791.53으로, 800선을 눈앞에 뒀다.

김경진 기자
코스피 3000은 투자 심리의 분기점 역할을 하는 상징적 숫자다. 코스피는 앞서 2021년 1월 7일 최초로 3000선을 돌파한 뒤 2021년 7월 6일 최고치(3305)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3년여간 2200~2800선에 갇혀있었다.
박스권에서 움직이던 코스피가 3000선을 다시 돌파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다. 증권가에선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비롯해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정책 시행 기대감이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부 정책 드라이브와 추가경정(추경)예산, 금리 인하 등이 증시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두 달 전만 해도 1400원을 넘던 달러당 원화가치가 1300원대 중반으로 상승(환율은 하락)한 점도 한몫했다. 이날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달러당 14.6원 오른 1365.6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안정되면서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매수세는 강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 주식을 5조3715억원가량 순매수했다. 미국의 관세 전쟁 우려가 여전히 증시 전반에 깔렸지만, 이미 정점은 지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통합관제센터를 방문해 증시 시황 및 시장 감시 체계 브리핑을 듣는 모습. 연합뉴스
이제 시장의 관심은 3000선을 넘어 3100, 3200선으로 향하고 있다. 다만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단기간에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개인 투자자 위주로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상승 추세에 오르기 위해선 단기적인 기대감이 아닌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의 실질적인 개선이 확인돼야 한다”며 “실효성 있는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정책 수립, 외국인 자금 유입 지속 같은 요건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팀장은 “워낙 단기간에 가파르게 올라 3분기 중에는 쉬어갈 수 있겠지만, 연말까지 코스피가 3200선에 도달할 수 있다”며 “미국이 9월에 금리를 내리고, 트럼프의 정책 스탠스가 경기 부양 쪽으로 이동하면 유동성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