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국 SR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20일 국토교통부와 SR 등에 따르면 이 사장은 이날 발표된 기재부의 경평 결과에서 전년도(C등급) 보다 낮은 D등급이 발표되자 국토부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말 취임했으며, 지난해 말 임기가 종료됐으나 후임 사장이 임명되지 않아 계속 자리를 지켜왔다. 앞서 국토부 철도안전정책관과 부산교통공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경평은 경영관리와 주요사업 실적 등을 평가하는 것으로 이번은 2024년도가 대상이었다. SR은 2022년도와 2023년도 평가에서는 보통인 ‘C’ 등급을 받았다.
공기업이 D등급을 받으면 임직원이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는 등 불이익이 크다. 경평에 따른 성과급은 임직원에게 지급할 급여 중에서 일정 부분을 떼어놓았다가 경평 결과에 따라서 차등해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만약 성과급을 못 받게 되면 사실상 급여가 깎이는 셈이 된다. 또 해당 기관장은 정부로부터 경고를 받게 되고, 경상경비도 삭감되는 등 뒤따르는 불이익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을 공약했다. 경북 포항역 플랫폼에 수서행 SRT고속열차와 KTX고속열차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하지만 SR 안팎에선 평가 결과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SR 관계자는 “4년 연속 철도사고가 없었고, 중대산업재해도 전무하다”며 “게다가 지난해에도 60억원 넘는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미흡 평가를 받았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재부가 발표한 평가지표별 세부 평가결과를 보면 SR은 경영관리와 주요사업 관련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64.765점을 얻었다. 이는 C등급을 받았던 전년도(64.622점) 보다 오히려 높다.
희비가 갈린 건 평가위원의 재량점수인 가점(5점 만점)이었다. SR은 전년도 평가에서는 3.022점을 받았다. 세부적으로는 ▶공공기관 혁신계획 실행 노력과 성과 ▶직무중심 보수체계 개편 노력과 성과 ▶성과중심 보수체계 확대 노력과 성과 항목이었다.
그런데 이번 평가에서는 2.628점으로 0.4점가량을 덜 받았다. 기존 세부 항목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새로 추가된 ▶국정과제 등 핵심정책 이행을 위한 노력과 성과(2점)에서 0.8점에 그친 게 결정적이었다.
문제는 이 항목이 어떤 부분을 평가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SR은 물론 국토부에서도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평가하는 거라서 어떤 의미인지 파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철도업계에서는 이번 정부의 대선 공약인 ‘고속철도 통합’이 뒤늦게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SR의 경평 결과가 떨어지면 그만큼 고속철도 통합의 명분이 쌓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