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올 수출 ‘상저하저’ 전망…“하반기 반도체 수출도 부진”

지난 13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와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지난 13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와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올 상반기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하반기에도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지속하며 올해 수출은 ‘상저하저(上低下低)'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관세 인상으로 피해를 본 자동차·철강 등에 이어 하반기에는 반도체 수출도 꺾일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2일 발간한 ‘2025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2.2% 감소한 6685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상반기 수출은 332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하고, 하반기 수출은 3355억 달러로 3.8% 줄어들 것으로 봤다.

무협은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올해 수출이 1.8%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수출액 전망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올해 수입은 지난해보다 1.8% 줄어든 6202억 달러로, 무역수지는 전년(518억 달러)보다 줄어든 483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품목별로 보면 상반기 견고했던 반도체 수출이 하반기에는 5.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는 유지되지만, PC·스마트폰 등 범용 IT기기 수요가 한풀 꺾이고 D램 등 메모리 단가가 정체를 보일 것으로 무협은 분석했다. 미국 관세 인상 대상 품목인 자동차(-7.1%), 자동차부품(-6.5%), 철강(-7.2%) 등도 하반기 수출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석유제품(-19.2%), 석유화학(-4.1%), 일반기계(-3.8%) 등 13대 주력 품목 중 9개 품목에서 하반기 수출 감소가 점쳐졌다.

다만 디스플레이(6.5%) 수출은 아이폰 17시리즈 전 모델의 국내 기업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패널 채택 등으로 일부 업황이 회복되면서 하반기 수출이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9~11일 무협이 실시한 설문에서 수출 기업 64.8%는 “미국의 관세 조치로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특히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부품(83.7%), 철강·금속·광물(82.9%) 등의 업종이 큰 피해를 호소했다. 자동차·부품 기업의 경우 수출기업이 관세 전액을 부담하는 사례가 37.2%에 달했다. 철강·금속·광물은 ‘계약 지연 및 취소’ 사례 있었다는 응답이 24.4%로 조사됐다.

홍지상 무협 동향분석실장은 “하반기에는 미국 상호관세 유예 만료, IT 수요 둔화, 환율 하락, 지정학적 리스크 등 상반기보다 더 어려운 수출 여건이 예상된다”라며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구체화하고, 대내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수출 성장 동력 개발을 위해 AI, 모빌리티 서비스(MaaS), 바이오헬스 등 신성장 산업 육성과 지원에 적극적으로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 경기 부진으로 지난 1분기 국내 건설공사 실적이 작년 동기보다 20% 이상 급감했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건축 경기 부진으로 지난 1분기 국내 건설공사 실적이 작년 동기보다 20% 이상 급감했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수출이 정체되고 내수도 부진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경제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1.0%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경기회복 제약 요인으로는 ▶고물가·고금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미국발 관세 리스크 등을 꼽았다.

한경연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새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대미 통상외교를 지목했다. 이승석 한경연 책임연구위원은 “정부의 경기부양책 실행력과 한·미 통상협상 결과 등이 향후 경기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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