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5월 4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이 현장체험학습 나온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개정 학교안전법이 지난 21일 시행됐지만 대다수 학교들은 A초등학교처럼 현장체험학습 계획을 미루고 있다. 개정 학교안전법은 현장체험학습 도중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조치 의무를 다 한 교원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이다. 2022년 한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에서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로 교사가 처벌을 받자 일선 교사들의 요구로 마련됐다. 당시 담임 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지난 2월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김영옥 기자
사건 이후 외부 활동에 부담을 느낀 상당수 교원들은 사실상 현장체험학습을 ‘보이콧’ 했다.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초등학교 606곳 중 34.4%(209곳)만 올해 1일형 체험학습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엔 78.8%(478곳)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비슷한 시기 교원 6000여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81%가 “올해 현장체험학습을 폐지하거나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학부모들은 법 개정으로 교사 부담이 줄면 상당수 학교에서 자취를 감춘 소풍이나 수련회 등 학교 주도의 현장체험학습이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초등 1·2학년 남매 어머니인 B씨는 “아들이 운동장에서 상추만 심고 왜 소풍은 안가냐고 물어보는데 2학기엔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학교에 소풍을 건의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망 사고 이후에도 별다른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불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초등 5학년 아들을 둔 C씨는 "학생 25명을 담임선생님 혼자 책임지는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소풍이든 수련회든 안 가는게 나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강원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강원교사노조와 초등교사노조 등 전국 교원노조가 체험학습 도중 학생 사망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의 무죄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들은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새 법안에 교원의 면책 조건이 되는 ‘의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교원 보호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이유다. 서울 한 초등교사는 “법에서 말하는 ‘안전의무’의 내용과 업무 범위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교사와 학교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종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교총 등 교원 단체들은 하루빨리 관련 지침을 마련하라고 교육부에 요구하고 있다. 교총 관계자는 “지금의 현장체험학습은 교사가 기획, 준비, 안전점검, 행정처리 등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는 데다 일부 시·도교육청 안전 매뉴얼엔 전세버스 기술적 점검 등 전문분야까지 교원에게 맡겨두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교사가 이행 가능한 범위에서 구체적인 면책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