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가족 단위 소득세 부과 검토…상호금융 예·적금 비과세는 연장 여부 논의

정부가 ‘개인 단위’인 소득세 체계를 가족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기혼·다자녀 가구의 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이다. 다만 큰 폭의 세수 감소를 동반하는 것이어서 빠른 도입은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지난 5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주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 업무보고에서 소득세제 개편 방향을 보고했다. 개인 단위인 현행 과세표준(과표) 체계에 미국식 부부 단위 또는 프랑스식 가족 단위를 접목하는 방식이다. 

부부 단위로 소득세를 부과하면 과표 구간이 거의 두 배로 확대돼 실질 세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홑벌이 가구’일수록 절세 효과가 커진다. 가족 단위로 바꿔도 비슷하다. 자녀가 많을수록 부담이 확연하게 줄어드는 구조다. 국가 존립 문제로 부상한 극심한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해 결혼과 출산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부부·가족 단위 소득세 부과’를 검토하겠다며 공약으로 내세운 사안이기도 하다.

다만 소득세 체계를 흔드는 작업인 데다 각종 파급 효과를 고려해야 해 실제 도입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세수 감소다. 조세재정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식으로 바꿀 경우 24조원, 프랑스식으로 바꿀 경우 32조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기혼 여부, 맞벌이·홑벌이, 자녀 유무 등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이라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이번 업무보고엔 자녀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신용카드 사용분의 소득공제율과 공제 한도를 자녀 수에 따라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월세 세액공제 역시 다자녀 가구에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지금은 국민주택규모 또는 기준시가 4억원 이하 주택만 월세 세액공제가 가능하지만, 다자녀가구에는 대상주택 규모를 상향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출산·양육 지원 대책은 이르면 2025년도 세제 개편안에 포함될 전망이다.


추가로 기재부는 농협·수협 등 상호금융 예·적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 연장 여부를 놓고 검토에 착수했다. 관련법이 2022년 개정돼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는데 혜택을 연장할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조세지출 정비 작업의 일환이다. ‘숨은 보조금’이라 불리는 조세지출은 비과세나 감면 등의 방식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걸 말한다.  

상호금융 예탁금 비과세 제도는 농어민·서민의 소득 증대를 돕는 차원에서 1976년 도입됐다. 통상 이자 소득엔 이자소득세 14%와 지방소득세 1.4%를 합쳐 15.4%의 세금을 부과하지만, 상호금융 조합원·준조합원은 1인당 3000만원 한도 내에서 지방소득세만 부담하면 된다. 이 혜택에 따른 조세지출 규모는 약 1조원이다.

하지만 일반인도 출자금 몇만원만 내면 준조합원 자격이 생기기 때문에 도입 때와 달리 중산층 절세 수단으로 전락했고, 이에 따른 조세지출 규모가 너무 커졌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혜택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자금 이탈은 불가피하다. 상호금융권 비과세 예탁금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5조8945억원이다. 업계에선 비과세 혜택 폐지 시 약 30%가량의 예·적금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상호금융은 지역사회·고령층의 자산 형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단기 세수 확보 목적으로 비과세 혜택을 없앨 경우 이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