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 작전 직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함께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까지 꺼내들었던 이란은 이날 중동의 미군 기지에 대한 ‘약속 대련’에 가까운 공습으로 최소한의 체면을 세웠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시설을 완전히 파괴했는지에 대한 논란과 별개로 최소한 핵 개발 시기를 늦추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완전하고 전면적 휴전”
휴전 합의는 3단계에 따라 진행된다. 먼저 미국 동부 시간 24일 0시(한국시간 24일 오후 1시)까지 6시간 동안 양측이 계획돼 있던 마지막 군사작전을 마처야 한다. 이후 이란이 먼저 12시간 동안 공격을 중단하고, 이어 이스라엘이 12시간 동안 공격을 멈춘 것이 확인되면 25일 0시를 기해 휴전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 핵 시설에 공습 공격을 마친 뒤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 기지에 도착해 정비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각 휴전 기간 상대측은 평화적이고 (상대를) 존중하는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란의 휴전 시작 시점부터 24시간 후 전 세계는 ‘12일 전쟁’의 공식 종료를 기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NBC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선 “휴전은 무기한(unlimited)이라고 생각한다”며 “두 나라가 다시 서로를 향해 총을 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무력 충돌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전체 중동을 파괴하는 전쟁이 될 수 있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휴전 합의를 이끌어낸 자신의 성과를 과시했다.
이란, 일단 선휴전 돌입…관건은 이스라엘

현지시간 24일 이란과 이스라엘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군사작전 마감 직전까지 서로를 향해 미사일 공격과 공군기 대응 작전을 펼쳤다. 사진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에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요격되는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12시간의 선(先) 휴전 조건을 수용한다는 의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이 공격을 멈추면 휴전에 동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간의 돌발 교전이 발생할 경우 합의가 무산될 수도 있어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만약 이란과 이어 이스라엘이 각각 12시간 동안 공격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지킬 경우 최종 휴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약속 대련’으로 이란에 최소한의 명분 제공
다만 이날 미사일 공격은 약속 대련에 가까웠다. 이란은 미사일 공격에 앞서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과 카타르에 공격 예정 사실을 미리 알렸고, 미군은 포격이 예고된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카타르)에 있던 전투기 등을 미리 다른 곳으로 옮겼다. 공습 직전에 촬영된 위성사진에도 이 기지는 이미 텅 빈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5일(좌)과 19일(우)에 촬영된 카타르 알우데이드 미군 기지의 모습. 오른쪽 사진에 미군의 항공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AFP=연합뉴스
이란이 발사한 14발의 미사일 숫자는 미군이 B-2 스텔스 폭격기로 투하한 GBU-57 벙커버스터의 수와 같다. 이슬람의 형벌 원칙인 키사스(Qisas·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에 따라 똑같이 보복을 가했다는 최소한의 명분을 세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공격 계획 통보해준 이란에 감사”

현지시간 23일 카타르 상공에서 요격된 이란 미사일의 잔해. 이란은 이날 미사일 공습 전 공습 작전을 미리 미국과 카타르에 알렸다. AFP=연합뉴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습에 대해 “이란이 미국의 공격을 받은 데 따른 악감정을 해소했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증오가 없길 바란다. 아마도 이란은 지역에서 평화와 조화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휴전안을 중재하는 데는 스스로 이란의 보복 공격의 표적이 되는 것을 감수한 카타르가 막후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강권’으로 봉합…불안 요소 상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3월 21일 테헤란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군중에게 손을 들어 환호에 응하고 있다. AFP=연햡뉴스
만약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일 경우 중동의 불씨는 언제든지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에선 이란의 핵심 핵 시설을 파괴하는데 성공하면서 최소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속도를 늦추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와이즈만 과학연구소 현장을 방문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