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 빚 42조인데 통행료 감면 年5천억…"명절무료 없애라" 말도

 [이슈분석]

2017년 도입된 명절 통행료 무료 정책으로 인한 누적 손실은 6500억원이 넘는다. 연합뉴스

2017년 도입된 명절 통행료 무료 정책으로 인한 누적 손실은 6500억원이 넘는다. 연합뉴스

 ‘41조 5000억원.’

 민자도로를 제외한 전국의 고속도로를 관리·운영하는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도공)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기록한 부채다. 5년 전인 2020년(약 30조원)보다 38%나 늘었다. 교통 관련 공기업 중 가장 많다. 

 고속도로 건설비의 60~80%를 자체 조달하다 보니 빚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도공의 주 수입원은 고속도로 통행료로 한해에 약 4조원가량 된다. 그러나 이 돈만으로는 건설비는 물론이고 운영비와 금융비용 등을 다 충당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현재 도공이 운영하는 통행료 감면제도는 모두 23종이다. 명절(설·추석) 통행료 무료 등 각종 면제가 14종, 경차(배기량 1000cc 미만) 할인 등 할인제도가 9종이다. 국민의 교통비 부담 경감과 친환경 차량 확대 등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들이다.

 도공에 따르면 지난해 감면액은 4825억원(약 44만 5000대)이다. 한해 통행료 수입의 11% 수준이다. 비중이 큰 건 ▶명절 통행료 무료(26.2%) ▶화물차 심야 할인(19.3%) ▶경차 할인(16.2%) ▶출퇴근 할인(15.5%) 등이다. 


 누적 감면액으로 따지면 지난 1996년 도입된 경차 할인이 1조 5800억원으로 최다이고, 출퇴근 할인(2000년 도입)이 9982억원, 명절 무료(2017년 도입)가 6581억원 등이다. 이 셋을 합하면 3조 2368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은 없다. 

경차의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에 따른 누적 감면액은 1조 5800억원에 달한다. 연합뉴스

경차의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에 따른 누적 감면액은 1조 5800억원에 달한다.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공에선 감면제도를 축소하는 등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경차 할인의 경우 다른 승용차와 비교해도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작은 데다 경차보유 가구 중 차량을 여럿 보유한 가구가 60% 이상으로 대부분 세컨드카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도공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경차 할인을 도입한 사례는 거의 없으며 다만 일본에서 도로에 주는 부하 정도와 공간점유 등을 고려해 일반승용차의 80% 수준으로 주행요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명절 통행료 무료 역시 대중교통 이용자와의 형평성 문제, 교통혼잡 가중 등의 논란이 크다. 또 출퇴근 할인은 혼잡시간에 통행료를 더 높게 받아 통행량을 분산시키는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 정책과 정반대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도공은 경차 할인 때 세컨드카는 대상에서 제외하고, 명절 통행료 무료도 교통량 분산 등 효율적인 고속도로 이용을 위해 야간시간대로 축소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2000년 국토교통부도 유사한 내용으로 고속도로 통행료 개편을 추진했으나 반발이 작지 않아 실현되지는 못했다. 현재 국토부는 감면 축소보다는 도공의 손실분에 대한 정부 지원책 마련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00년 도입된 출퇴근 할인의 누적 감면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자료 한국도로공사

2000년 도입된 출퇴근 할인의 누적 감면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자료 한국도로공사

 
 전문가들도 감면제도 개편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각론에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통정책학과 교수는 “경차는 환경과 도로 유지관리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할인제도를 유지하는 게 맞다”면서도 “명절 무료와 출퇴근 할인은 근거나 타당성이 전혀 없는 정책으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승모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과 교수도 “다른 할인에 비해 명절 무료는 개인이 혜택 보는 금액은 비교적 적으나 도공이 부담하는 금액은 매우 큰 데다 국도나 지방도로로의 교통량 분산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대중교통 우대정책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통행료 감면의 취지가 좋더라도 그 폭을 너무 넓게 하기보다는 그야말로 저소득층을 위해서, 그리고 친환경 교통정책 지원을 위해서 활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감면제도 개편 전에 할인이나 무료에 따른 효과를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공의 경영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감면정책을 손보는 건 조심해야 한다”며 “감면정책이 교통적·사회적 측면에서 달성코자 했던 목표와 효과를 어느 정도 이뤘는지 면밀한 검토가 우선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진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도 “감면제도에 일부 포퓰리즘적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분명히 정립하고, 객관적인 사후 효과분석을 거쳐 면밀한 조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보면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제도는 그 도입 취지와 효과, 필요성 등을 면밀하게 분석한 뒤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현실에 맞게 정비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