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은 25일 전날 이사회를 열어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1년 6개월만에 이사장으로 돌아온 임 전 실장은 "남북 간 사업 모델을 적극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경문협은 이날 "임 전 실장이 지난해 총선 출마를 이유로 이사장을 사임한 후 1년 6개월 만에 다시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취임 수락 인사말을 통해 "남북 상호가 건강하고 평화롭게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 발전해가는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재단은 남과 북이 서로를 인정하고 발전하는 사업모델과 실천할 수 있는 사업들을 남과 북 양쪽에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임 전 실장은 지난해 9월 19일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하지 말자.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당시 그는 "국가보안법도 폐지하고 통일부도 정리하자"고도 말했다.

2004년 임 전 실장이 만든 경문협은 장기적인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민간 단체다. 남북 협력사업을 원하는 단체·기업·개인을 연결하는 것을 주된 사업 목표로 한다.

국내 언론들로부터 조선중앙TV를 비롯한 북한 관영매체들의 저작권료를 받아 북한으로 보내는 역할도 있다. 그러나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북한으로의 송금이 불가능해지자 그간 징수한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해 놓고 있다. 앞서 법원은 납북자, 국군 포로 유가족 등이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준 뒤 경문협에 해당 공탁금으로 배상하라는 추심 명령 등을 내렸다. 하지만 경문협이 이에 불복하며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한편 경문협은 임 이사장 취임에 맞춰 북한 주민 접촉 신고서를 통일부에 제출해 승인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민간 차원의 남북 소통 채널 복구와 대화 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 등을 위해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인도적 지원, 종교 등 사회문화교류 목적의 북한주민접촉신고를 수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북한주민접촉신고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날까지 약 한 달만에 총 6건의 북한 주민 접촉 신고가 수리됐다. 이중 3건은 이번주 중에 수리된 사례다. 구체적으로는 인도 지원 목적이 2건, 사회문화 교류 목적이 3건이며, 통상 매년 수리하던 국제회의 참석 관련 건이 1건이라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전임 정부에서도 북한 주민 접촉에 대한 신고 수리는 계속됐지만,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라는 기조 아래 한국의 인도적 지원 시도에 일절 호응하지 않았다.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한 해 동안 20건의 민간단체 북한 주민 접촉 신고를 수리했고, 올해 들어선 1월에서 5월 사이 6건의 신고를 수리했다.

또 지난해 7월 말 압록강 일대에서 대규모 수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 명의로 수해 구호물자 지원을 제안했으나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당시엔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북한 주민 접촉 신청도 수리됐지만, 역시 북한의 무반응으로 실제 지원은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이재명 정부 들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선제적으로 중단하고 그 직후 북한도 대남 방송을 중단하는 등 남북 간 긴장이 다소 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의 남북 접촉도 현실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민간단체들 역시 이러한 남북 관계 기조 변화를 기대하고 북한 주민 접촉 신고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