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경부고속도로 인근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25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1월 셋째 주 이후 상승 전환해 7주 만에 주간상승률 0.2%에 도달했다. 이런 상승세가 1년간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상승률이 연간 10%에 달할 것으로 한국은행은 추산했다.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의 상승률은 연율로 30% 수준이다. 적기에 집값 상승세를 꺾지 않으면 ‘부동산 불장’이 펼쳐질 거라고 한은이 '옐로카드'를 날린 셈이다.
최근 들어서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간 상승률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으로 지난 3월 말 이후 주춤했다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경기 부양 기대감 등에 다시 높아졌다. 지난주 상승률(0.36%)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최대 수준이다. 장정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최근 서울ㆍ강남지역 집값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재상승하고 있어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서울 주택시장 위험지수’도 빠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지수는 소득ㆍ임대료ㆍ전국 아파트 가격과 서울 아파트 가격의 격차,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등을 활용해 산출하는데 집값이 오를 때 가계신용도 동반 상승하면서 금융 불균형이 심화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박경민 기자
서울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집값 폭등기였던 2021년 1분기 1.76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고강도 통화 긴축, 건설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2분기 0.62까지 하락했다. 이후 0.66→0.74으로 오르다 올해 1분기 0.9를 기록했다. 문용필 한은 안정분석팀장은 “4월 이후 가계대출이 확대되고 주택가격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위험지수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과 지방 간 집값 양극화도 극심해지고 있다. 2023년 1월 이후 올해 4월까지 서울 주택 매매 가격은 16.1% 급등했다. 또 경기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 매매 가격은 9.6% 상승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비수도권 주택 매매 가격은 1.7% 하락했다. 2014년 이후 서울과 전국 간 집값 상승률 격차는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등을 제치고 주요 7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불균형은 소비 제약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박경민 기자
한은은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조 아래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방 압력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거시건전성 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과 함께 안정적 주택공급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경민 기자
한편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단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춘석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도시 정책을 통해 지금 수도권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약간 회의적인 생각이 있다“며 “국정위는 단기 시장 대응보다는 중장기 주택공급 로드맵 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