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소, 무제-90207,1991.캔버스에 유채,130.3x162.1cm. [사진 타데우스 로팍]](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6/25/633724ca-a77a-4ddb-8c1a-05c4c6da04d0.jpg)
이강소, 무제-90207,1991.캔버스에 유채,130.3x162.1cm. [사진 타데우스 로팍]
![이강소,무제-88008, 1988. 캔버스에 유채,182x227cm. [사진 타데우스 로팍]](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6/25/a127d204-8033-4663-9c9f-4f54d8bafa57.jpg)
이강소,무제-88008, 1988. 캔버스에 유채,182x227cm. [사진 타데우스 로팍]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가 작가의 50년 작업을 전체적으로 조망했다면, 이번 전시는 지난해 이 작가와 계약을 맺은 해외 갤러리가 그를 국제 무대에 소개하는 첫 자리다. 이 전시는 8월 2일 막 내리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타데우스 로팍은 오는 9월 파리 지점에서 그의 전시를 또 연다. 이어 10월엔 타데우스 로팍 주도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도록이 제작된다. 올 한 해가 50년간 예술적 실험을 지속해온 이강소가 세계로 무대를 확장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50년 예술 실험
![한국 실험미술 주역 이강소 작가. 서울 전시에 이어 오는 9월 파리에서 전시를 연다. [사진 타데우스 로팍]](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6/25/e35c75ad-aaf1-4454-beac-be9f2d391651.jpg)
한국 실험미술 주역 이강소 작가. 서울 전시에 이어 오는 9월 파리에서 전시를 연다. [사진 타데우스 로팍]
이강소의 작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우선 동양 철학에 뿌리를 둔 작업 개념이 설치부터 회화, 조각, 비디오 등 다채로운 작업에 잘 녹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943년생인 이강소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1973년 서울 명동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소멸'이란 제목의 이 전시는 선술집 탁자와 테이블을 놓아 관객들이 막걸리를 마시는 퍼포먼스였다. 이 현장의 '흔적'은 사진으로 남아 또 하나의 작품이 됐다.
이어 1975년 제9회 파리비엔날레엔 심문섭과 함께 한국 대표로 참가해 '닭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전시장 홀 가운데 닭을 긴 줄로 묶고, 모이통 주위에 횟가루를 뿌려 놓아 닭이 움직인 '흔적'을 사진과 분필 작업으로 남겼다. 당시 이 작품은 프랑스 국영TV 방송에 나갈 정도로 시선을 끌었다.
'존재는 불안정하고 모든 것은 변한다'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에서 열리고 있는 이강소 개인전 모습. [사진 타데우스 로팍]](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6/25/7605523f-8e0f-4d8f-99e9-bac449124dda.jpg)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에서 열리고 있는 이강소 개인전 모습. [사진 타데우스 로팍]
![이강소, 청명 淸明-16229, 2016. 캔버스에 아크릴릭. 218 x 291 cm. [사진 타데우스 로팍]](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6/25/1aa2fcdb-80d0-431f-b4bc-53078aea0f01.jpg)
이강소, 청명 淸明-16229, 2016. 캔버스에 아크릴릭. 218 x 291 cm. [사진 타데우스 로팍]
![이강소,무제-94095, 1994, 청동. 70 x 85 x 35 cm. [사진 타데우스 로팍]](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6/25/86297913-33d9-4055-8af5-0928ccbfd6d0.jpg)
이강소,무제-94095, 1994, 청동. 70 x 85 x 35 cm. [사진 타데우스 로팍]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보인다는 생각은 작가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가 '만들어지는 조각'이라고 부르는 조형 작품은 깎아서 만드는 게 아니라 테라코타 등의 재료를 던지는 행위를 통해 완성한다. 작가의 의도가 개입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대신 재료의 중력과 작업 환경에 따라 다른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무게를 둔 것이다.
작품에 대한 여러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는 회화에서도 이어진다. 이번 전시엔 198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에 이르는 주요 회화가 모두 보인다. 서예 붓을 사용하며 신체의 움직임을 반영한 회화로, 속도감이 두드러지고 도상이 모두 불분명해 보이는 작업들이다. 작가는 "신체와 붓, 물감, 그리고 캔버스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운생동(氣韻生動)'의 에너지를 화면에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회화와 서예, 구상과 추상 사이
이번 서울 전시엔 회화, '만들어지는 조각', 석판화와 더불어『삼국지』 제갈공명의 여덟 가지 전술 배치에서 영감을 얻은 설치 작품 '팔진도'가 나왔다. 김혜나 타데우스 로팍 전시팀장은 "오는 9월 파리에서 선보일 작품은 이미 별도로 다 엄선해 놓았다"며 "작가의 1975년 파리 비엔날레 참가 50주년을 기념해 파리에선 특별히 '닭 퍼포먼스'를 재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기자들에게 말했다."우리가 지금 보고 경험하는 세계가 어쩌면 가상의 현실, 즉 환영일 수 있어요. 장자가 말한 '나비의 꿈'처럼요. 저는 그 세계의 에너지를 드러내고 싶었죠."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앞으로도 할 게 참 많아요. 실험은 평생 하는 것이니까요."